[스크랩] 이매창(李梅窓)
조선시대 3대여류시인
이매창(계생) 허난설헌(초희) 황진희
유희경과 이매창과 허균
1590년 47살의 村隱 유희경은 19살의 이매창을 만나 몸을 섞은 사이였으나 10년 후에 재회했을 때는 손을 꼭 잡고서 아무 말이 없었다
1601년 매창을 만난 허균은 진한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터놓고 지내는 사이였지만 몸을 섞지 않았기에 오래도록 스스럼없이 대했다
이매창과 유희경 이화우(梨花雨) 사랑
조선조 시대에는 일반인들의 생각밖으로 여류(女流)시인들이 많았다. 규방(閨房)속의 여인들이나 기생들을 불문하고--
참고로 필자가 기억하는 이름만도 아래와 같다.
금원김씨(錦園金氏), 운초(雲楚)김부용(金芙蓉), 사임당(師任堂) 신씨(申氏) 삼의당김씨(三宜堂金氏), 의유당(意幽堂), 계생(桂生) 이매창(李梅窓), 이옥봉(玉峰李氏), 정일당강씨(靜一堂姜氏), 죽서박씨(竹西朴氏) 최송설당(崔松雪堂), 허난설헌(許蘭雪軒), 호연재김씨(浩然齋 金氏), 홍랑(洪娘), 홍원주(洪原周), 홍장(紅粧), 황진이(黃眞伊)---
이외에도 많은 여류 문인들이 있지만 모두 지면관계로 다 열거 할 수는 없다. 오늘은 이중 부안기생 계생(桂生) 이매창(李梅窓)의 묘를 답사한 이야기다.
이매창(李梅窓)은 김부용(金芙蓉), 황진이(黃眞伊)와 더불어 조선시대 3대 기생 시인(詩妓) 중의 한사람이다.
조선 시대 대표적 여류시인 중에 규수(閨秀)시인으로 허난설헌(許蘭雪軒)을 꼽는다면, 기녀(妓女)시인으로는 황진이와 매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매창(梅窓)은 1573년(선조 6) 당시 부안 현리였던 이탕종의 서녀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해가 계유년이어서 계생(癸生, 桂生) 또는 계랑(癸 )이라 하였으며, 호는 매창(梅窓)이다.
매창(梅窓)은 아버지에게서 한문을 배웠다고 하며, 시와 거문고에 뛰어나 김제군수를 지낸 이귀(李貴) 같은 고관이나 유희경(劉希慶), 허균(許筠) 같은 시인들이 그를 제대로 알아주고 깊이 사귀었다.
매창(梅窓)의 문학적 재질이 빛을 발하고 그의 뛰어난 시문학이 세상에 알릴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을 만나게 되면서 부터다.
당시 서울 장안의 시선(詩仙)으로 이름이 자자하던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이 부안에 내려와 2년 동안 촌은과 매창간의 애정이 원앙처럼 무르익던 시기다.
유희경의 촌은집(村隱集)에서는 오로지 시문(詩文)만을 풍류를 삼던 유희경은 매창을 만난 뒤로 평생 지켜오던 선비의 지조를 처음으로 파계 하였다고 술회하였다.
매창 또한 유희경을 만난 일을 신선이 땅위에 내려왔다(謫下當時壬癸辰 此生愁恨與誰伸). 고 표현하였다.
이매창은 비록 신분이 기생이었지만 아무에게나 몸을 맞끼지 않았다. 그에게 술에 취한 손님들이 희롱을 하면서 집적대면 시를 지어 손님을 무색하게 하기도 하였다.
아래의 증취객(贈醉客)이란 시는 술 취한 손님에게 주는 유명한 글이다.
증취객(贈醉客) 醉客執羅衫(취객집나)-취한 손님이 명주저고리 옷자락을 잡으니 羅衫隨手裂(나삼수수열)-손길을 따라 명주저고리 소리를 내며 찢어지네. 不惜一羅衫(부석일나삼)-명주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까 울게 없지만 但恐恩情絶(단공은정절)-임이 주신 은정까지도 찢어졌을까 두려워라 매창(梅窓)
유희경과 매창이 만날때는 매창(梅窓)의 나이가 20세, 유희경(劉希慶)이 48세 였으며 두 사람은 서로의 불우한 신분적 환경을 이해하며 시문학을 통하여 정신적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졌다.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은 강화(江華) 사람으로 천민(賤民) 신분이었으나 본래 성품이 소박하고 깨끗하여 시문학을 좋아했다. 비천한 신분이지만 오히려 양반 계층의 문인들과 어울려 교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빼어난 문학적 소양 덕분이라 할 수이었다.
천민(賤民)과 중인(中人) 신분으로 시문학을 하면서 일정한 정처(定處)를 두지 못하고 나그네처럼 떠돌면서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는 사람을 여항시인(閭巷詩人)이라 하였다.
소설 홍길동을 쓴 교산(蛟山) 허균(許筠)은 유희경(劉希慶)을 가리켜 “당대의 문진(文陣)들이 극찬한 대문장가”라고 평했고
조선 최초로 서양과 천주교를 소개한 지봉유설(芝峰類說)을 쓴 지봉(芝蜂) 이수광(李睟光1563~1628)은 “그의 시가 댓잎같이 청결하고 성숙되어 있다. ”고 칭찬했다.
유희경의 집은 지금의 종로구 숭인동 낙산(駱山)에 있는 청룡사(靑龍寺 단종비 정순왕후가 살던곳)에 있는 정업원구기(淨業院舊基)아래 시냇가에 있으면서 문 앞으로 흐르는 개울물이 맑고 시원하여 물가에 있는 바위로 대(臺)를 삼아 이를 침류대(枕流臺)라 하고, 이곳에서 이름 있는 문인들과 시로써 교류하였다.
부안출신 시인 신석정(辛夕汀1907~1974)은 이매창, 유희경, 직소폭포를 가리켜 부안삼절(扶安三絶)이라고 하였다. 매창은 어느날 이웃 고을 김제부사 이귀에게서 전갈을 받는다. 서울에서 촌은 유희경이 부안을 방문한다는 소식이었다. 소문만 듣고 얼마나 만나보고 싶었던 유희경이 아니었던가. 매창은 전갈을 받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매창은 이귀에게 곧 가겠다는 답장을 보내고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마음을 시로 읊었다
含情還不語(함정환불어)-가슴에 품은 정은 말도 하지 못하더니 如夢復如痴(여몽복여치)-꿈같고 생시 같고 어리석은 이 내 마음 綠徛江南曲(록의강남곡)-애타는 이 마음을 강남곡에 실어보나 無人問所思(무인문소사)-내 심정 묻는 이는 한사람도 없구려! 매창(梅窓)
유희경은 매창을 처음 만난 날 술자리를 마련하고 그녀에게 거문고를 부탁한다. 매창은 숨을 고르고 거문고를 끌어 당겨 장진주(獎進酒)노래한다. 눈을 감고 듣고 있던 유희경은 즉석에서 시한수를 다음과 같이 짓는다. 장진주(獎進酒)란 술을 권하는 “권주가”를 말한다. 이백의 장진주가 유명하다.
曾聞南國癸娘名(증문남국계낭명)- 남국의 계랑 이름 일찍이 알려져서 詩韻歌詞動洛城(시운가사동락성)- 글재주 노래 솜씨 서울에까지 울렸어라 今日相看眞面目(금일상간진면목)- 오늘에사 참모습을 대하고 보니 却疑神女下三淸(각의신녀하삼청)- 선녀가 떨쳐입고 내려온 듯하여라
我有一仙藥(아유일선약)-나에겐 신기로운 선약(仙藥)이 있어 能醫玉頰瀕(능의옥협빈)-찡그린 얼굴도 고칠 수 있다네. 深藏錦囊裡(심장금낭리)-금낭 속 깊이깊이 간직한 약을 欲與有情人(욕여유정인)-사랑하는 너에겐 아낌없이 주리라. 유희경(劉希慶)
어두운 마음, 찡그렸던 얼굴을 미소짓게 하는 선약(仙藥). 그것은 바로 “사랑‘이란 묘약이 아니겠는가. 사랑이란 말을 직선적으로 쓰지 않고 선약(仙藥)에 비유해 가며 은밀하게 표현한 것이다.
이매창 또한 유희경에 아래와 같이 화답하는 시를 짓는다. 我有古奏箏(아유고주쟁)-내게는 옛날의 거문고 있어 一彈百感生(일탄백감생)-한번 타면 온갖 정감이 다투어 생긴다오. 世無知此曲(세무지차곡)-세상 사람이 곡을 못 알아주니 遙和구山笙(요화구산생)-님의 피리소리에 맞추어 본다오. 매창(梅窓)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 만나 그날 밤 거문고와 시로 화답하면서 밤이 깊어 원앙침에 들어간다. 열아홉 터질 듯한 매창의 몸이 중년의 유희경 품속에서 무르익어 갔다. 50평생 유희경 선비의 지조가 매창으로 인하여 되찾은 것이다.
그러나 2년쯤 지나 회자정리(會者定離)일까 두 사람은 헤어져야할 사건이 생긴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매창과 유희경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고 유희경은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매창이 유희경과 이별하면서 지은 이 시조는 조선 후기 옛 시가집(詩歌集)인 가곡원류(歌曲源流)에 실려 전하는데 이별가로서 이보다 더한 절창(絶唱)이 또 없다고 한다.
이화우(梨花雨) 흣뿌릴 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져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은 오락가락 하노매 매창(梅窓)
배꽃이 비처럼 떨어질 때 이별한 님이 가을 추풍낙엽으로 이어지는 이별의 시간과 공간이 천리를 뛰어넘어 그리운 임에게로 향하고 있다.
유희경이 서울로 돌아가고 이어 임진왜란이 일어나 이들의 재회는 기약이 없게 되었다.
유희경은 전쟁을 맞아 의병을 일으키는 등 바쁜 틈에 매창을 다시 만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진정 마음이 통했던 연인을 떠나보낸 매창의 깊은 마음은 하루도 유희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래의 이매창의 시는 님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서 서러움과 한(恨)으로 점철되고 있다.
春冷補寒衣(춘냉보한의)- 봄날이 차서 엷은 옷을 꿰매는데 紗窓日照時(사창일조시)- 사창에는 햇빛이 비치고 있네 低頭信手處(저두신수처)- 머리 숙여 손길 가는 대로 맡긴 채 珠淚滴針絲(주루적침사)- 구슬 같은 눈물이 실과 바늘 적시누나! 매창(梅窓)
유희경 역시 매창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아래의 시로 전한다. 娘家在浪州(낭가재낭주)-그대의 집은 부안에 있고 我家住京口(아가주경구)-나의 집은 서울에 있어 相思不相見(상사부상견)-그리움 사무쳐도 서로 못보고 腸斷梧桐雨(장단오동우)-오동나무에 비뿌릴 젠 애가 끊겨라 유희경(劉希慶)
이매창(李梅窓)의 유희경에 대한 사랑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松柏芳盟日(송백방맹일)-푸른 솔 앞에 두고 맹세하던 날, 恩情與海深(은정여해심)-사랑은 바다보다 깊었네라. 江南靑鳥斷(강남청조단)-강남에선 파랑새도 오지 않으니 中夜獨傷心(중야독상심)-외로운 이 한밤을 어이하리냐. 매창집(梅窓集)
유희경이 떠난지 2년이 되어도 소식 없어 매창의 안타까운 마음은 계속된다 閨怨(규원) 규방의 원한 離懷消消掩中門(이회소소엄중문)-이별 회포 너무 서러워 중문 걸고 들앉으니 羅袖無香滴淚痕(나수무향적루흔)-비단옷 소매엔 향기 없고 눈물 흔적뿐이네. 獨處深閨人寂寂(독처심규인적적)-홀로 거처하는 깊은 규방엔 사람 적적한데 一庭微雨銷黃昏(일정미우소황혼)-뜰 가득 가랑비에 황혼이 녹는다. 相思都在不言裡(상사도재불언리)-말 못하는 가운데 그리움만 남아 있어 一夜心懷鬢半絲(일야심회빈반사)-하룻밤 시름으로 흰 머리 반이로다. 欲知是妾相思苦(욕지시첩상사고)-이 첩의 괴로운 그리움 알고 싶다면 須試金環滅舊圓(수시금환멸구원)-금가락지 맞지 않는 여윈 손가락 보소. 매창(梅窓)
유희경이 떠난 지 1년이 지난 때에 인편에 편지가 왔다. 편지의 사연은 간략했다. 의병을 모아 왜구와 싸우기에 여념이 없다는 것과. 한 편의 시가 동봉되었다.
一別佳人隔楚雲(일별가인격초운)-헤어진 그대는 아득히 멀어 客中心緖轉紛紛(객중심서전분분)-나그네는 시름에 잠 못 이루네. 靑烏不來音信斷(청오불래음신단)-소식조차 끊어져 애가 타는데 碧梧凉雨不堪斷(벽오량우불감단)-오동잎 찬 빗소리 차마 못 들어. 유희경(劉希慶)
매창은 유희경의 편지와 시를 읽고 또 읽었다. 자신을 잊고 않은 유희경이 눈물나도록 고마웠다.
유희경의 마지막 편지가 오고 매창이 홀로 있는지 10여 년 동안 마음의 정을 주는 사람이 없이 유희경을 그리며 살았다.
1550년 매창은 아래의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유희경에 대한 그리움은 한이 되어 죽어갔다. 그의 나이 37세였다.
結約挑園洞裏仙(결약도원동이선)-도원에 맹세할 땐 신선같던 이 몸이 豈知今日事凄然(기지금일사처연)-이다지도 처량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坐懷暗恨五絃曲(좌회암한오현곡)-애달픈 이 심정을 거문고에 실러 볼까 萬意千事賦一篇(만의천사부일편)-가닥가닥 얽힌 사연 시로나 달래볼까. 塵世是非多苦海(진세시비다고해)-풍진 세상 고해에는 말썽도 많아 深閨永夜苦如年(심규영야고여년)-홀로 새는 이 밤이 몇 해인 듯 길구나. 藍橋欲暮重回首(남교욕모중회수)-덧없이 지는 해에 머리를 돌려보니 靑疊雲山隔眼前(청첩운산격안전)-구름 속에 첩첩청산눈앞을 가리우네. 매창(梅窓)의 유작시(遺作詩 마지막 작품)
위의 시는 유희경이 매창의 무덤에 성묘를 한 다음 집으로 돌아와 보니, 누군가의 정성어린 손길에 의해 궤연(几筵)이 모셔져 있고 궤연(几筵) 옆에는 거문고와 매창의 마지막 작품인 위의 절필(絶筆) 유작시(遺作詩) 가 놓여 있었다.
궤연(几筵)-죽은 이의 혼령(魂靈)을 위(爲)하여 차려 놓은 영궤(靈几)와, 영궤에 딸린 모든 물건(物件) 이매창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유희경은 절명시를 쓰가면서 죽어간 이매창을 생각했다.
그토록 뜨거웠던 한 여인의 진실한 사랑을 지켜주지 못한 자신이 한스러웠다. 그리고 고결하게 슬기로웠던 이매창--
유희경은 붓을 들어 탄식과 후회가 가슴을 후비는 아픔으로 아래의 시를 썼다
明眸皓齒翠眉娘(명모호치취미낭)-맑은 눈 하얀이 푸른눈섭 계랑아 忽逐浮雲入杳茫(홀축부운입묘망)-홀연히 뜬구름 따라 간 곳이 아득하구나 縱是芳魂歸浿色(종시방혼귀패색)-꽃다운 넋은 죽어서 저승으로 갔는가 誰將玉骨葬家鄕(수장옥골장가향)-그 누구가 너의 옥골을 고향에 묻어주랴 유희경(劉希慶)
이매창의 주위에는 조선의 역사에서 이름을 남긴 인물들과 교류를 많이했다. 당시에 뛰어난 시인이라고 평가받던 권필도 그중 한사람이다 이매창의 이야기에 또 한사람 남자 허균이 등장한다.
허균은 이매창과 동시대인 임진왜란 전후에 산 인물이다. 허균은 자유분망한 시인의 감수성으로 거칠 것 없는 인생을 살았다. 허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혁명, 이단아, 의 명칭이다.
“천하의 둘도 없는 괴물 허균”이란 험한 욕을 들으면서 산 사람이다.
이런 이미지의 허균이 당시 조선최고 감성 여류시인 이매창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었다는 사실이다.
허균은 재주가 출중해서 여러 차례 과거에 장원급제했지만 굽힐 줄 모르는 대쪽 같은 성격과 사회의 비판 탓에 다섯 차례나 관직에서 파직을 당했다.
허균의 집은 서울이고 외가는 강릉이지만 나그네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대부분 호남에서 보냈다고 한다. 국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홍길동전”을 집필한 곳도 부안 우반동 선계안골에 있는 정사암이라고 전하고 있다.
호남은 조선왕조의 성리학적인 봉건질서에 항거하는 개혁세력의 요람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허균이 이매창을 알게 된것은 그의 큰형 허성이 전라도 관찰사로 재직 중이던 1601년에 허균은 충청, 전라도 지방의 세금을 거둬들이는 수운판관으로 호남지방을 자주 순시하면서 부안의 명기이자 시인인 매창을 알게 되었고 시문학을 통하여 애틋하고 순수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이때가 허균이 33살, 매창이 29살 로 전한다.
그때를 허균은 그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신축년(辛丑年) 1601(선조34)년 벼슬을 내놓고 부안에 욌는데 비가 쏟아져서 그곳에 머물렀고 그때 매창을 만나 시(詩), 가(歌)를 주고받으며 즐길기었다.
허균은 여자관계에 있어서도 유교의 도덕적 굴레를 벗어 던진 사람이었다. 허균은 일찍이 “남녀의 정욕은 본능이고,예법에 따라 행하는 것은 성인이다. 나는 본능을 좇고 감히 성인을 따르지 아니하리라.“ 라고 하였고, 여행할 때마다 잠자리를 같이 한 기생들의 이름을 그의 기행문에 버젓이 적어놓기도 하였다 한다.
허균은 매창과 교유하면서도 잠자리는 같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매창에 대하여 말하기를 비록 천한 기생이지만 인격을 대우하고 그의 시를 좋아할 뿐이다. 매창의 재주를 사랑하고 정의(情誼)가 막역하여 농담을 할 정도로 서로 터놓고 얘기도 하지만 지나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오래도록 우정이 가시지 아니하였다.
허균도 마흔아홉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허균은 기유년(1610) 매창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허균은 이를 슬퍼하며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哀桂娘(매창의 죽음을 슬퍼하며) 妙句土甚擒錦(묘구토심금금)- 아름다운 글귀는 비단을 펴는 듯하고 淸歌解駐雲(청가해주운)- 맑은 노래는 머문 구름도 풀어 헤치네 兪桃來下界(유도래하계)- 복숭아를 훔쳐서 인간세계로 내려오더니 藥去人群(약거인군)- 불사약을 훔쳐서 인간무리를 두고 떠났네 燈暗芙蓉帳(등암부용장)- 부용꽃 수놓은 휘장엔 등불이 어둡기만 하고 香殘翡翠裙(향잔비취군)- 비취색 치마엔 향내 아직 남아있는데 明年小挑發(명년소도발)- 이듬해 작은 복사꽃 필 때쯤이면 誰過薛濤墳(수과설도분)- 누가 설도의 무덤을 찾으리
허균
매창은 부안읍 남쪽에 있는 봉덕리 공동묘지에 그와 동고동락했던 거문고와 함께 묻혔다. 그 뒤 지금까지 부안 사람들은 이곳을 매창이뜸이라고 부른다.
매창이 죽은 후 45년 후(1655)에 그의 무덤 앞에 비석이 세워졌고, 그가 지은 수 백편의 시들 중 고을 사람들에 의해 전해 외던 시 58편을 부안 고을 아전들이 모아 목판에 새겨 <매창집>을 개암사에서 간행하였다.
부안읍 봉덕리에 있는 매창의 묘(지방기념물 제65호)가 있다.
이매창의 묘를 답사하고 이글을 정리하면서 느끼는 소감은 비록 역사와 세월이 흐르고 한줌 흙과 가을 잔디에 말없이 덮여 있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여운은 시공을 초월하여 면면이 이어져와 오늘 나그네의 메마른 감정을 채워 주고 있다.
오늘날 “사랑”이라는 단어를 마치 자판기 커피보다 더 쉽게 사용하고 조건과 신분에 따라서 사랑을 만들고 헤어지는 오늘의 세태에는 찾아볼 수 없는 진짜 사랑이다
다만 매장의 주위에 등장하는 많은 문인 명사들의 아름다운 인간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다 정리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다름이다.
☺농월
매창의 묘 옆에는 이중선(李中仙)이라는 묘가 한기 있다. 이묘의 주인공은 한국 최고의 여류명창이었던 이화중선(李花中仙1898~1943)의 동생으로 역시 판소리의 명창이었다고 한다. 이화중선은 1943년 재일교포 위문차 일본에 다녀오다가 풍랑을 만나 객사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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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랑은 부안의 기생인데, 스스로 매창이라 호를 지었다. 언젠가 지나가던 나그네가 그의 소문을 듣고는, 시를 지어서 집적대었다. 계랑이 곧 그 운을 받아서 응답하였다.
平生恥學食東家 평생에 기생된 몸 부끄럽게 여기고
獨愛寒梅映月斜 차가운 매화가지에 비치는 달을 홀로 사랑했었지
時人不識幽閑意 고요히 살려는 나의 뜻 세상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指點行人枉自多 제멋대로 손가락질하며 잘못 알고 있더라
醉客執羅衫 취한 손님이 명주저고리 옷자락을 잡으니
羅衫隨手裂 손길을 따라 비단저고리 소리를 내며 찢어졌어라
不惜一羅衫 비단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까울 게 없지만
但恐恩情絶 임이 주신 은정 까지 끊어질까 그게 두려워라
자한(自恨)-이매창(李梅窓)
한스러워-이매창(李梅窓)
春冷補寒衣(춘랭보한의) : 차가운 봄날 겨울옷 깁자니
紗窓日照時(사창일조시) : 사창가에 따스한 햇살 비치네
低頭信手處(저두신수처) : 고개 숙여 손길 따라 가는 곳
珠淚滴針絲(주루적침사) : 구슬 눈물 바늘 실에 떨어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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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秋思(추사)-이매창(李梅窓)
秋思(추사)-이매창(李梅窓)
昨夜秋霜雁叫秋 : 기러기 울고 가는 서리 찬 가을밤
?衣征婦隱登樓 : 다듬질 멈추고 다락에 올랐네
天涯尺素無緣見 : 천애에 계신 임 소식조차 없고
獨倚危?暗結愁 : 난간에 기대니 마음 더욱 아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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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자상(自傷)-이매창(李梅窓)
자상(自傷)-이매창(李梅窓)
서러워-이매창(李梅窓)
夢罷愁風雨(몽파수풍우) : 꿈 깨니 비바람 근심스럽고
沈吟行路難(침음행로난) : 세상 길 어려움 음을 조용히 읊어보네
慇懃樑上燕(은근량상연) : 처마 위의 은근한 제비는
何日喚人還(하일환인환) : 어느 날에야 임 불러 돌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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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自傷3(자상3)-李梅窓(이매창)
自傷3(자상3)-李梅窓(이매창)
속상해-李梅窓(이매창)
一片彩雲夢(일편채운몽) : 한 조각 꽃구름 이는 꿈
覺來萬念差(각래만념차) : 깨어나면 허망하여라
陽臺何處是(양대하처시) : 임과 만나는 따뜻한 누대는 그 어느 곳인가
日暮暗愁多(일모암수다) : 날은 저물어 어둑한데 수심만 짙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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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春思(춘사)-李梅窓(이매창)
春思(춘사)-李梅窓(이매창)
봄 심사-李梅窓(이매창)
東風三月時(동풍삼월시) : 봄바람 불어오는 삼월 졸은 시절에
處處落花飛(처처락화비) : 곳곳에 꽃잎 떨어 저 흩날리는데
綠綺相思曲(녹기상사곡) : 비단치마 입고서 거문고로 상사곡을 타보나
江南人未歸(강남인미귀) : 강남 간 내 님은 오지를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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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등어수대(登御水臺)-이매창(李梅窓)
등어수대(登御水臺)-이매창(李梅窓)
어수대에 올라서-이매창(李梅窓)
王在千年寺(왕재천년사) : 왕이 있었던 천년사
空餘御水臺(공여어수대) : 쓸쓸히 어수대만 남았구나
往事憑誰問(왕사빙수문) : 지난 일을 누구에게 물으랴
臨風喚鶴來(임풍환학래) : 바람결에 학이나 불러 볼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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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유부여백마강2(遊扶餘白馬江2)-이매창(李梅窓)
유부여백마강2(遊扶餘白馬江2)-이매창(李梅窓)
부여 백마강에서-이매창(李梅窓)
誰云洛下是多變(수운낙하시다변) : 누구나 세상 변화 심하다 하나
我願人間事不聞(아원인간사불문) : 나는 인간사 듣는 것 원하지 않네
莫向樽前辭一醉(막향준전사일취) : 술동이 앞, 한 잔 술 사양 말라
五陵公子草中墳(오릉공자초중분) : 오릉의 공자들도 풀속 무덤에 누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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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유부여백마강1(遊扶餘白馬江1)-이매창(李梅窓)
부여 백마강에서-이매창(李梅窓)
水村來訪小柴門(수촌래방소시문) : 강 마을에서 사립대문 찾아드니
荷落寒塘菊老盆(하락한당국로분) : 연꽃 떨어진 쓸쓸한 연못, 국화꽃 시든 화분
鴉帶夕陽啼古木(아대석양제고목) : 석양빛에 갈가마귀 고목에서 울고
雁含秋氣渡江雲(안함추기도강운) : 가을 기운 머금은 기러기 강 건너 구름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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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규원1(閨怨1)-이매창(李梅窓)
여인의 원망-이매창(李梅窓)
離恨??掩中門(이한초초엄중문) : 혹독한 이별이 한스러워 사림문 닫고서
羅袖無香滴淚痕(나수무향적누흔) : 비단 소매엔 임의 향기 없고 눈물 얼룩 뿐이로다
獨處深閨人寂寂(독처심규인적적) : 혼자 있는 깊은 방엔 다른 사람 아무도 없고
一庭微雨鎖黃昏(일정미우쇄황혼) : 마당 가득 내리는 보슬비는 황혼조차 가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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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규원2(閨怨2)-이매창(李梅窓)
여인의 원망-이매창(李梅窓)
相思都在不言裡(상사도재불언리) : 애끊는 정 말로는 할길 없어
一夜心懷 半絲(일야심회빈반사) : 밤 세워 머리카락 반 넘어 세였고나
欲知是妾相思苦(욕지시첩상사고) : 첩의 이 사상곡 아시려거든
須試金環減舊圓(수시금환감구원) : 손가락에 헐거워진 금가락지 보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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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병중추사(病中秋思)-이매창(李梅窓)
가을에 병들어-이매창(李梅窓)
空閨養掘病餘身(공규양굴병여신) : 빈 방에 홀로 남은 외로운 병던 이몸은
長任飢寒四十年(장임기한사십년) : 외롭고 춥고 떨며 굶주린 사십년 인생
借問人生能幾許(차문인생능기허) : 묻노니 인생은 그 얼마를 사는가?
胸懷無日不沾巾(흉회무일불첨건) : 가슴속에 맺힌설음 눈물 흘려 안운날이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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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한거(閑居)-이매창(李梅窓)
한가히 살며-이매창(李梅窓)
石田茅屋掩柴扉(석전모옥엄시비) : 바위 사이 초가집 사립문 닫고 사니
花落花開辨四時(화락화개변사시) : 꽃 지고 꽃 피니 사계절을 알려주네
峽裡無人晴盡永(협리무인청진영) : 골짝엔 사람 없고 맑은 날은 길기도 한데
雲山炯水遠帆歸(운산형수원범귀) : 구름 낀 산, 번쩍이는 물에 멀리 돛단배 돌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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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자한(自恨)-이매창(李梅窓)
스스로 한탄하네-이매창(李梅窓)
春冷補寒衣 봄날이 차서 엷은 옷을 꿰매는데
紗窓日照時 사창에는 햇빛이 비치고 있네
低頭信手處 머리 숙여 손길 가는 대로 맡긴 채
珠淚滴針絲 구슬 같은 눈물이 실과 바늘 적시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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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자한1(1自恨)-이매창(李梅窓)
한스럽구나-이매창(李梅窓)
夢罷愁風雨(몽파수풍우) : 꿈에서 깨니 비바람이 근심스럽고
沈吟行路難(침음행로난) : 고요히 행로난 을 읊노라
慇懃梁上燕(은근양상연) : 무심하구나, 들보 위의 제비여
何日喚人還(하일환인환) : 어느 날에야 임을 불러 돌아오게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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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자한2(自恨2)-이매창(李梅窓)
故人交金刀(고인교금도) : 옛사람 돈으로 사귀더니
金刀多敗裂(금도다패렬) : 돈으로 패망한 사람 많도다
不惜金刀盡(불석금도진) : 돈 다 쓰는 것 아깝지 않으나
且恐交情絶(차공교정절) : 사귀는 정이 끊어질까 걱정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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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자한3(自恨3)-이매창(李梅窓)
悖子賣莊土(패자매장토) : 패륜아가 농토를 팔아
莊土漸次裂(장토점차렬) : 농토가 점차 줄어드는구나
不惜一莊土(불석일장토) : 한 배기 농토는 아깝지 않으나
只恐宗祀絶(지공종사절) : 조상의 제사 끊어질까 두렵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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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천( 韆)-이매창(李梅窓)
兩兩佳人學伴仙(양량가인학반선) : 두 사람씩 짝지은 미인이 신선을 배우려
綠楊陰裡競 韆(녹양음리경추천) : 푸른 버드나무 그늘에서 그네를 타는구나
佩環違響浮雲外(패환위향부운외) : 옷에 찬 노리게 소리 구름 밖 하늘까지 울리니
却訝乘龍上碧天(각아승룡상벽천) : 도리어 용을 타고 푸른 하늘 오르는 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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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등천층암(登千層菴)-이매창(李梅窓)
千層庵佇千年寺(천층암저천년사) : 천층암 천년을 우두커니 선 천년사
瑞氣祥雲石逕生(서기상운석경생) : 상서로운 기운과 구름 돌길에 서린다
淸磬響沈星月白(청경향침성월백) : 달빛과 별빛 환한데 맑은 경쇠소리 잦아드니
萬山楓葉鬧秋聲(만산풍엽료추성) : 온 산에 가득한 단풍잎 가을 소리로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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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야좌(夜坐)-이매창(李梅窓)
西窓竹月影婆娑(서창죽월영파사) : 서창 대숲 달 그림자 어른거리고
風動桃園舞落花(풍동도원무낙화) : 복숭아꽃 바람 부니 낙화가 춤을 추네
猶倚小欄無夢寐(유의소난무몽매) : 여전히 작은 난간에 기대니 잠은 오지 않고
遙聞江渚菜菱歌(요문강저채릉가) : 강가의 마름 캐는 노래 소리 아득히 들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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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초추(初秋)-이매창(李梅窓)
千山萬樹葉初飛(천산만수엽초비) : 온 산의 나무마다 단풍져 날리고
雁叫南天帶落暉(안규남천대낙휘) : 지는 햇빛 물든 남녘 하늘에 기러기 운다
長笛一聲何處是(장적일성하처시) : 어디선가 들려오는 긴 한 가닥 피리소리
楚鄕歸客淚沾衣(초향귀객루첨의) : 먼 고향 가는 나그네는 눈물이 옷깃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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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탄금(彈琴)-이매창(李梅窓)
誰憐緣綺訴丹衷(수련연기소단충) : 우리의 사랑 진정에 소호함을 누가 알리오
萬恨千愁一曲中(만한천수일곡중) : 온갖 원한, 갖은 수심 한 곡조에 들어있네
重奏南江春欲暮(중주남강춘욕모) : 강남곡 을 거듭 타니 봄날이 저물어 가고
不堪回首泣東風(불감회수읍동풍) : 봄바람 돌아보니 눈물 흘러내림 견딜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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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범주(泛舟)-이매창(李梅窓)
參差山影倒江波(참차산영도강파) : 산 그림자 어른어른 물결에 어리고
垂柳千絲掩酒家(수류천사엄주가) : 늘어선 버들가지 주막을 덮었구나
輕浪風生眠鷺起(경랑풍생면로기) : 바람 이는 가벼운 물결에 잠자던 백로 깨우고
漁舟人語隔煙霞(어주인어격연하) : 강 안개 속에서 어부들 이야기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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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고인(故人)-이매창(李梅窓)
松柏芳盟日(송백방맹일) : 송백같이 꽃다운 맹세 하던 날
思情與海深(사정여해심) : 사랑하는 그 마음 바다처럼 깊엎 는데
江南靑鳥斷(강남청조단) : 강남 땅의 반가운 소식 끊어지고
中夜獨傷心(중야독상심) : 이 한밤 홀로 애간장 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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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병중1(病中1)-이매창(李梅窓)
不是傷春病(불시상춘병) : 봄이라 몸 아픈 병이 아니라
只因憶玉郞(지인억옥랑) : 단지 임 생각에 난 병이라네
塵世多苦累(진환다고루) : 인간세상 고통과 괴로움도 많고
孤鶴未歸情(고학미귀정) : 돌아가 오지 않은 정 때문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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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병중2(病中2)-이매창(李梅窓)
誤被浮虛說(오피부허설) : 내 헛소문 세상에 떠돌아
還爲衆口暄(환위중구훤) : 도리어 여러 사람 입방아 거리
空將愁與恨(공장수여한) : 공연히 시름과 원한만 쌓이고
抱病掩柴門(포병엄시문) : 가슴에 병을 안고 사립문 닫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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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강대즉사(江臺卽事)-이매창(李梅窓)
四野秋光好(사야추광호) : 사방 들판에 가을빛 좋아서
獨登江上台(독등강상태) : 혼자 강 위 누대에 올라보네
風流何處客(풍류하처객) : 어디선 온 풍류객인가
携酒訪余來(휴주방여래) : 술 가지고 날 찾아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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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자상1(自傷1)-이매창(李梅窓)
京洛三年夢(경락삼년몽) : 서울에 꿈같은 삼년 세월
湖南又一春(호남우일춘) : 호남에서 또 한 봄이 가는구나
黃金移古意(황금이고의) : 황금에 처음 마음이 바뀌어
中夜獨傷神(중야독상신) : 한밤에 홀로 마음이 상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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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자상2(自傷2)-이매창(李梅窓)
洛下風流客(낙하풍류객) : 서울에 한 풍류객 있어
淸談交契長(청담교계장) : 정담을 나누며 약속했는데
今日飜成別(금일번성별) : 오늘 번복하고 이별하니
離盃暗斷腸(이배암단장) : 이별 술잔에 애 간장 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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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자상3(自傷3)-이매창(李梅窓)
一片彩雲夢(일편채운몽) : 꿈속의 한 조각 채색 구름일고
覺來萬念差(각래만념차) : 꿈에서 깨니 온갖 생각 엇갈린다
陽臺何處是(양대하처시) : 양대는 어느 곳에 있는가
日暮暗愁多(일모암수다) : 해 지는 저녁 어둠에 수심만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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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자상4(自傷4)-이매창(李梅窓)
夢罷悲風雨(몽파비풍우) : 꿈 깨니 비바람에 서글퍼지고
沈吟行路難(침음행로난) : 행로난 을 침울하게 읊어본다네
慇懃梁上燕(은근양상연) : 은근한 대들보 위의 제비여
何日喚人歸(하일환인귀) : 어느 날에야 임을 불러오게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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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춘사(春思)-이매창(李梅窓)
東風三月時(동풍삼월시) : 봄바람 부는 삼월 좋은시절
處處落花飛(처처낙화비) : 곳 곳 꽃잎 떨어 저 휘날리네
綠綺相思曲(녹기상사곡) : 비단치마 입고서 상사곡 불러도
江南人未歸(강남인미귀) : 강남 가신 그 님은 돌아오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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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심진1(尋眞1)-이매창(李梅窓)
진경을 찾아-이매창(李梅窓)
可憐東海水(가련동해수) : 가련하다, 동해로 흐르는 물이여
何時西北流(하시서북류) : 어느 때라야 서북쪽으로 흐르는가
停舟歌一曲(정주가일곡) : 배를 멈추고 한 곡조 노래하니
把酒憶舊遊(파주억구유) : 술잔 들고 옛 놀던 때를 생각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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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심진2(尋眞2)-이매창(李梅窓)
심진2(尋眞2)-이매창(李梅窓)
巖下繫蘭舟(암하계난주) : 바위 아래 목란주 매어놓고
耽看碧玉流(탐간벽옥류) : 벽옥 같은 맑은 물 정신 없이 바라본다
千年名勝地(천년명승지) : 천년 명승지에
沙鳥等閒遊(사조등한유) : 물새만 한가하게 놀고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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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심진3(尋眞3)-이매창(李梅窓)
심진3(尋眞3)-이매창(李梅窓)
遠山浮翠色(원산부취색) : 먼 산에 푸른 빛 감돌고
柳岸暗煙霞(유안암연하) : 버드나무 언덕은 물안개 자욱하다
何處靑旗在(하처청기재) : 어디 곳에 주막이 있는가
漁舟近杏花(어주근행화) : 고기잡이 배 살구꽃 가까이 돌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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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증별(贈別)-이매창(李梅窓)
이별하며 드립니다-이매창(李梅窓)
我有古秦箏(아유고진쟁) : 나에게 진나라 거문고 있어
一彈百感生(일탄백감생) : 한번 타면 온갖 느낌 일어난다
世無知此曲(세무지차곡) : 세상에는 이 곡조 아는 사람 없어
遙和?山箏(요화구산쟁) : 멀리 구산 쟁에만 화답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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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중추사(病中秋思)-이매창(李梅窓)
가을에 병들어-이매창(李梅窓)
空閨養掘病餘身(공규양굴병여신) : 빈 방에 홀로 남은 외로운 병던 이몸은
長任飢寒四十年(장임기한사십년) : 외롭고 춥고 떨며 굶주린 사십년 인생
借問人生能幾許(차문인생능기허) : 묻노니 인생은 그 얼마를 사는가?
胸懷無日不沾巾(흉회무일불첨건) : 가슴속에 맻힌설음 눈물 흘려 안운날이 없었네.
//이시를 마지막으로 37세 아까운 나이로 영원히, 매창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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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 여름 허균은 매창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허균은 이를 슬퍼하며
〈애계랑(哀桂娘)〉이란 시 두 수를 지어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哀桂娘(매창의 죽음을 슬퍼하며)
妙句甚擒錦 아름다운 글귀는 비단을 펴는 듯하고
淸歌解駐雲 맑은 노래는 머문 구름도 풀어 헤치네
兪桃來下界 복숭아를 훔쳐서 인간세계로 내려오더니
竊藥去人群 불사약을 훔쳐서 인간무리를 두고 떠났네
燈暗芙蓉帳 부용꽃 수놓은 휘장엔 등불이 어둡기만 하고
香殘翡翠裙 비취색 치마엔 향내 아직 남아있는데
明年小挑發 이듬해 작은 복사꽃 필 때쯤이면
誰過薛濤墳 누가 설도의 무덤을 찾으리
凄絶班姬扇 처량타 반희가 부치던 부채
悲凉卓女琴 구슬퍼라 탁문군이 타던 거문고.
飄花空積恨 날리는 꽃 공연히 한만 쌓이고
衰蕙只傷心 시든 향초 다만 마음 상하네.
蓬島雲無迹 봉래도라 구름은 자취도 없고
溟滄月已沈 푸른 바다 달빛은 하마 잠겼네.
他年蘇小宅 훗날 소소(蘇小)의 집을 찾으면
殘柳不成陰 시든 버들 그늘도 못 드리우리.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아름답던 시, 청아한 노래소리는 구름도 가던 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었다. 내 보기에 그대는 복숭아 훔친 죄로 인간 세상에 귀양 온 선녀였었다. 그런데 이제 인간의 불사약을 훔쳐 달나라로 달아났던 항아(嫦娥)처럼 훌쩍 왔던 곳으로 되돌아갔구나. 그대의 거처엔 불이 꺼지고, 그대 입던 치마엔 향기만 남았으리. 봄날이 와, 그대가 훔쳐와 심은 그 복숭아 나무 가지에 꽃이 활짝 피어나면, 사람들은 저 옛날 중국의 시기(詩妓) 설도(薛濤)의 무덤을 찾지 않고, 모두들 그대의 무덤을 찾아 스러져 버린 꽃다운 기억들을 추억하게 될게요.
둘째 수에서는 버림받은 신세를 가을부채에 견주었던 한나라 반첩여(班??)의 〈원가행(怨歌行)과 탁문군(卓文君)의 거문고 고사를 끌어와 이 둘을 합한 것이 바로 계랑이라고 추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이란 흩날리는 꽃잎처럼 한만 답쌓이고, 거듭되는 이별에 가슴만 아픈 나달이었다. 그제 그녀는 봉래산으로 건너갔고, 달빛은 바다에 잠겨 세상은 어둠 속에 묻히고 말았다. 유명한 기생 소소(蘇小)의 명망도 이제 그녀의 꽃다운 이름 앞에는 무색해 질 수밖에 없을 터이다.
진정으로 그녀의 재주와 인간을 아꼈던 허균의 솔직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시에 붙인 부기에서 허균은 다시 이렇게 적고 있다. “계생(桂生)은 부안 기생이다. 시를 잘 짓고 글을 이해했다. 또 노래와 거문고 연주에 뛰어났다. 성품이 고결하고 굳세어 음란함을 즐기지 않았다. 내가 그 재주를 아껴 막역의 사귐을 나누었다. 비록 담소하며 가까이 지낸 곳에서도 난잡함에 미치지는 않았기에 오래도록 시들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듣고 그를 위해 한번 울고 율시 두 수를 지어 애도한다.”
오래 사귀었으나 몸을 나누지는 않았다. 그녀는 음란함을 즐기지 않았고, 나는 난잡함에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오래 우정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제 그대가 나를 버리고 떠나니 나는 슬픈 눈물로 그대를 전송한다. 꽃다운 넋은 고이 잠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