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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직하면서 읽은 시

餘香堂 2014. 12. 2. 09:44

병든 다리에 대하여


일찍이 이 다리로 분주하게 걸어서 / 曾將此脚走紛紛
아름다운 산과 물을 두루두루 다녔네 / 美水佳山遍?痕
비단으로 단장한 원악에선 붉은빛이 버선에 비치고 / 猿岳錦粧紅映襪
이끼 자란 학사에선 푸른빛이 발끝에 침노했었지 / 鶴沙苔長綠侵?
갇힌 뒤로부터 완전히 무력해지더니 / 自從幽?全無力
이젠 쇠퇴하여 근력이 약해지고 말았네 / 況復衰頹已弱筋
지척인 뜰에도 오히려 지팡이를 짚어야 하니 / 咫尺階庭猶待杖
한단에 가서 걸음걸이 잃었단 말 나를 두고 한 말일세 / 邯鄲失步是吾云


 

중양(重陽) 수일 전에 훈아(訓兒)와 조카 지(祉)가 한라산(漢拏山)에 올라간다고 해서 이 시를 지어 주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올라가지 못하였다.


중양절이 가까워서 가을이 무르익으니 / 節近重陽秋色?
한라산에 오르는 너희들을 전송하노라 / 送渠携?上仙山
바다 물결이 멀리 화이의 경계에 닿아 있고 / 海波遙接華夷界
정상은 응당 운한 사이에 이어져 있으리라 / 峯頂應連雲漢間
나는 듯이 발빠르게 오를 너희들이 부러운 만큼 / 羨爾飛登行自健
묶여서 날개를 얻을 수도 없는 내가 한스럽다 / 恨余幽?腋難翰
산중에 있는 영약이나 많이 캐 오려무나 / 山中靈藥須多採
어머니께 불로약이나 지어 드리고 싶다 / 欲劑慈顔却老丹


 


 

전에 백련사(白蓮社)에서 놀던 때를 생각하며


만 겹으로 둘러싸인 산중에 절간이 우뚝 / 萬疊山中佛殿巍
소년 시절에 책을 펴고 한동안 글을 읽었지 / 少年携?久栖遲
신선한 야채 향기는 아직 입가에 남아 있고 / 仙蔬香味脣邊在
맑은 새벽 종소리는 꿈속인가 의심하노라 / 淸曉鍾聲夢裏疑
한스럽게도 도의 근원을 두텁게 배양하지 못했는데 / 自恨道根培不厚
지금 몸을 묶고 있는 이 형틀은 풀릴 기약이 없네 / 至今身梏解無期
나그네의 혼백이 밤낮으로 속절없이 왕래하니 / 羈魂日夜空來往
골짜기에 구름은 깊고 돌길만 희미하더라 / 洞壑雲深石徑微


 

안지당(安知堂)의 시에 차운하다.


내 인생에 운명이 기박한 것은 한하지 않으나 / 不恨吾生命數奇
이 세상에 마음 알아줄 사람 없어 시름겹다 / 只愁今世斷心知
위태로운 성에서는 이미 장사부를 지었고 / 危城已賦長沙?
곡도에서도 초택의 가사를 외롭게 읊었노라 / 鵠島孤吟楚澤辭
생사 간에 생각이 걸려 눈물만 흐르고 / 生死念關均有淚
서남으로 길이 끊겨 쓸데없이 생각하네 / 西南路絶費相思
그대의 글을 읽고 나자 황성이 저무니 / 瓊?詠罷荒城暮
바다에 비친 달은 분명 양쪽 다 비추리라 / 海月分明兩地垂


 

제주 목사(濟州牧使) 성안의(成安義)에게 이별시를 주다.


대정성 동문에 허름한 집 한 채 / 大靜東門有弊廬
십 년 동안이나 쫓겨난 신하가 살았네 / 十年曾是逐臣居
네 그루의 푸른 솔은 한 자가 되었겠고 / 靑松四箇應盈尺
쭉쭉 뻗은 대나무도 집을 덮었으렷다 / 脩竹千竿想蔽除
세상일의 부침이란 모두가 꿈인 게야 / 世事浮沈俱是夢
인간의 영욕도 본래는 허무한 것이고 / 人間榮辱本來虛
영주의 한 굽이 특수한 지역에 머물렀으니 / 瀛洲一曲留殊域
창기더러 권주가나 한번 부르게 하렴아 / 試命歌兒唱酒餘


 


 

의약청(議藥廳)에서 숙직하던 날 밤에 우연히 읊은 것을 정원(政院)의 동료에게 주다.


데면데면한 내가 또 쇠잔한 몸으로 / 空疎又是朽衰身
외람되이 천재일우(千載一遇) 좋은 때를 만났네 / 千載?逢此一辰
헌기에 관한 조예가 없는데 어떻게 약을 의논할까 / 術昧軒岐何藥議
마음은 계옥에 간절하지만 말을 진달하기에는 부끄럽다 / 心團啓沃愧言陳
여러 해를 왕래하면서 우전을 수고롭게 하였고 / 頻年來往勞郵傳
반평생을 부침하면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였네 / 半世浮沈剩舌脣
언젠가는 푸른 산으로 돌아가고 말 터이니 / 歸去碧山應不負
값으로 논하여 금은을 허비할 일도 없도다 / 不須論價費金銀


 

숙직하면서


금루가 추위에 엉겨서 새벽을 늦게 알리고 / 禁漏凝寒報曉遲
쇠잔한 등불은 벽에 걸려 시든 얼굴을 비추네 / 殘燈栖壁照容衰
물같이 흐르는 세월이 이제는 다되어 가는데 / 流光如水將垂盡
객지에 떠도는 자식이 오랫동안 돌아가지 못하네 / 遊子經時久未歸
임금님의 걱정스러운 얼굴에 떠나기를 청하기 어렵고 / 玉色形憂難請去
어머니는 늙으셔서 그리운 것을 어찌할까 / 春輝向暮奈相思
충효의 갈림길에서 한평생 배회하다가 보니 / 一生忠孝徘徊處
오십에 잘못을 알았다는 거원의 심정을 알겠네 / ?瑗方知五十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