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갈

[스크랩] 작자 미상 瀟湘八景圖 [소상팔경도]

餘香堂 2015. 5. 14. 03:13

작자 미상 瀟湘八景圖 [소상팔경도] 지본수묵, 각 91.0 × 47.7 cm, 국립박물관 소장. [그림 클릭]

 

현재 낱폭씩 8폭의 족자로 되어 있으나 원래 屛風(병풍)이었음이 분명한 이 瀟湘八景圖(소상팔경도)는

국내에서 간행된 도록 등에도 게재되어 비교적 잘 알려진 그림이다.

 

안휘준교수의 '한국의 소상팔경도'란 論考(논고 한국회화의 전통, PP/162~249, 문예출판사, 1988)에

국내 화가나 시인들이 소상팔경을 그리고 노래한 자료들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이 그림의 소재는 중국 호남성 동정호(洞庭湖) 아래 소수와 상강이 합쳐지는 곳에

천하절경으로 문인들에 의해 일찍부터 膾炙(회자)되기 시작하여, 이를 읊은 시문이 한 둘이 아니다.

 

그림으로서는 이보다 나중인 대체로 북송대에 이룩된 것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고려시대때 이를 다룬 서화가 있었음이 문헌으로 알게 된다.

현존하는 畵跡(화적)으로는 安堅 傳稱作(안견 전칭작)인 화첩을 비롯하여

대체로 16세기 이후의 것들이 알려져 있다.

또한 조선말 민화에 이르기까지 산수화에 있어 즐겨 그려진 소재 가운데 하나 이다.

 

종이에 수묵으로 그린 8폭의 그림들은 두 폭씩 대칭을 이루는 구도로

각기 좌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각 화면에는 계절의 변화 등을 濃淡(농담)의 대조와 용묵법에 의해 잘 나타내고 있다.

 

현존하는 '소상팔경도'들과 비교해서 살필 때 비록 그린 화가는 밝혀져 있지 않으나

제작시기는 16세기 전반으로 추정된다.

 

아래의 시는

고려 중기의 문인인 梅湖 陳澕(매호 진화)가 송적의 소상팔경을 보고 지은 시.
이규보와 주필에 있어 쌍벽을 이룬 시인으로 시를 빨리 짓는 것에 명성을 날림.

 

- 山市晴嵐 [산시청람] 산시의 맑은 이내 -

 

靑山宛轉如佳人 [청산완전여가인] 푸른 산은 오롯이 예쁜 여인만 같아서
雲作香鬟霞作唇 [운작향환하작진] 구름은 향기론 귀밑 털에 노을은 입술같네.
更敎橫嵐學眉黛 [경교횡람학미대] 다시 비낀 안개로 눈썹 그리는 먹 본뜨더니
春風故作西施嚬 [춘풍고작서시빈] 봄바람은 일부러 서시 찡그림을 만들더라.

朝隨日脚卷還空 [조수일각권환공] 아침에는 햇살 따라 걷히다 비었다가
暮傍疏林色更新 [모방소림색경신] 저녁에는 성긴 숲에 빛이 더욱 새롭네.
遊人隔岸看不足 [유인격안간불족] 노는 사람 언덕 넘어 보고도 부족하니 
兩眼不愽東華塵 [량안불박동화진] 두 눈을 동화 티끌과는 바꾸지 않으리라. 

 

 

- 烟寺晩鍾 [연사만종] 안개낀 절의 저녁종소리 -

 

煙昏萬木栖昏鴉 [연혼만목서혼아] 연기 서려 어둔 숲속 저녁 까마귀 깃드니
遙岑不見金蓮花 [요잠불견금련화] 금련화 같은 먼 멧부리를 볼 수가 없구나.
數聲晩鍾知有寺 [수성만종지유사] 저녁 종 두어 소리 절 있는 줄 알겠거니
縹緲樓臺隔暮霞 [표묘루대격모하] 어슴푸레 누대들은 저녁 놀에 가리웠다

 

淸音裊裊江村外 [청음뇨뇨강촌외] 맑은 소리 간드러지게 강촌 밖에 퍼지고
水靜霜寒來更賖 [수정상한래경사] 고요한 물, 찬서리에 아득하게 들려오네. 
行人一聽一廻首 [행인일청일회수] 길 가는 이 한 번 듣고 한 번 머리 돌리니
杳靄濛濛片月斜 [묘애몽몽편월사] 아득한 저녁 안개에 조각 달이 비끼었다.

 

 

- 遠浦歸帆 [원포귀범] 먼 포구로 돌아오는 배 -

 

萬頃湖波秋更闊 [만경호파추경활] 만 이랑 호수 물결에 가을은 더욱 넓어 
微風不動琉璃滑 [미풍불동류리활] 실바람도 불지 않아 유리처럼 미끄럽네.
江上高樓逈入雲 [강상고루형입운] 강 위의 높은 누각 구름 속에 들었는데
憑欄客眼淸如潑 [빙란객안청여발] 난간에 기댄 나그네 눈은 씻은 듯 맑구나

俄聞輕櫓鳬雁聲 [아문경로부안성] 언듯 가벼운 노저음에 물새들이 푸드드득 
頃刻孤帆天一末 [경각고범천일말] 어느새 외로운 돛배는 하늘 끝과 하나로다. 

飛禽沒處水吞空 [비금몰처수탄공] 나는 물새 지나간 곳에 물은 하늘 머금었고
獨帶淸光橫一髮 [독대청광횡일발] 홀로 띈 맑은 빛은 먼 산에 한 올이 비끼었다.

 

 

 - 漁村落照 [어촌낙조] 어촌의 저무는 햇살 -

 斷岸潮㾗餘宿莽 [단안조량여숙망] 끊어진 언덕 조수 흔적에 묵은 풀이 남았는데
鷺頭插趐閑爬癢 [로두삽혈한파양] 해오라기 머리 날개에 꽂고 한가히 긁적인다.
銅盤倒影波底明 [동반도영파저명] 붉은 해 거꾸로 비친 그림자에 물결 밑 밝은데
水浸碧天迷俯仰 [수침벽천미부앙] 물에 빠진 푸른 하늘은 위 아래를 모르겠네

歸來蒻笠不驚鷗 [귀래약립불경구] 돌아오는 부들삿갓에 갈매기는 놀라지 않고
一葉扁舟截紅浪 [일엽편주절홍랑] 한 조각 작은 배가 붉은 물결을 끊어 놓네
魚兒滿籃酒滿瓶 [어아만람주만병] 고기는 바구니에 가득하고 술은 병에 찼는데
獨背晩風收綠網 [독배만풍수록망] 홀로 저문 바람을 등지고 푸른 그물을 걷는다.

 

 

- 瀟湘夜雨 [소상야우] 소강과 상강의 밤비 -

 

江村入夜秋陰重 [강촌입야추음중] 강촌에 밤이 들어 가을 그늘 무거우니
小店漁燈光欲凍 [소점어등광욕동] 작은 주막 고기잡이 등불 빛이 얼었네. 
森森雨脚跨平湖 [삼삼우각과평호] 주룩주룩 빗발이 편편한 호수 걸치니
萬點波濤欲飛送 [만점파도욕비송] 만 방울 파도는 날아 갈 듯 하는구나.

竹枝蕭瑟碎明珠 [죽지소슬쇄명주] 댓가지는 바삭바삭 밝은 구슬 부수듯
荷葉翩翩走圓永 [하엽편편주원영] 연 잎사귀 푸득푸득 둥근 수은 구르듯.
孤舟徹曉掩蓬窓 [고주철효엄봉창] 밤새도록 외로운 배에 봉창을 닫았노니
緊風吹斷天涯夢 [긴풍취단천애몽] 세찬 바람 끊어지고 까마득이 꿈속으로.

 

 

- 洞庭秋月 [동정추월] 동정호의 가을달 -

 

滿眼秋光濯炎熱 [만안추광탁염열] 눈에 가득 가을 빛은 불꽃 더위 씻는데
草頭露顆珠璣綴 [초두로과주기철] 풀잎 끝의 이슬 방울 구슬을 엮었도다
江娥浴出水精寒 [강아욕출수정한] 강 계집 목욕하고 나오매 달은 차갑고 
色戰銀河更淸絶 [색전은하경청절] 빛깔은 은하와 겨뤄도 더 없이 맑구나

波心冷影不可掬 [파심랭영불가국] 물결 밑의 찬 그림자 움켜 쥘 수 없는데
天際斜暉那忍沒 [천제사휘나인몰] 하늘 가의 비낀 빛은 어찌 차마 빠지는가
飄飄淸氣襲人肌 [표표청기습인기] 나부끼는 맑은 기운 사람 살을 덮치거니
欲控靑鸞訪銀闕 [욕공청란방은궐] 푸른 난새 타고서 천상에 궁궐 찾으련다 
 

 

- 平沙落雁 [평사낙안] 평평한 모래벌에 기러기 -

 

秋容漠漠湖波綠 [추용막막호파록] 가을 빛은 쓸쓸하고 호수 물은 푸른데
雨後平沙展靑玉 [우후평사전청옥] 비 온 뒤의 모래밭에 푸른 옥을 펼쳤네.
數行翩翩何處雁 [수행편편하처안] 두어 줄 펄펄 나는 어느 곳의 기러긴가
隔江啞扎鳴相逐 [격강아찰명상축] 강을 건너 기럭기럭 울며 서로 좇는다

靑山影冷釣磯空 [청산영랭조기공] 푸른 산 그림자 차가워 낚시터 비었고
浙瀝斜風響疏木 [절력사풍향소목] 우수수 비낀 바람 성긴 나무를 울린다
驚寒不作戛天飛 [경한불작알천비] 추위에 놀랐으나 하늘 높이 안 날음은 
意在蘆花深處宿 [의재로화심처숙] 그것은 갈대꽃 깊은 곳에 잠자려 함일세.

 

 

- 江天暮雪 [강천모설] 강 위의 저녁 눈 -

 

江上濃雲翻水墨 [강상농운번수묵] 강 위의 짙은 구름 수묵을 풀어 놓은 듯
隨風雪點嬌無力 [수풍설점교무력] 바람 따르는 눈 송이 교태인 듯 힘이 없다
憑欄不見昏鴉影 [빙란불견혼아영] 난간에 기대도 저녁 까마귀 그림자 없고
萬樹梨花春頃刻 [만수리화춘경각] 나무마다 배꽃은 잠깐 동안 봄일레라.

漁翁蒻笠戴寒聲 [어옹약립대한성] 늙은 어부 부들삿갓은 찬소리를 이었고
賈客蘭橈滞行色 [가객란요체행색] 장사꾼 목난초 돛배 나그네 길 멈추었다
除却騎驢孟浩然 [제각기려맹호연] 나귀를 탄 맹호연을 따로 제해 놓고는
箇中詩思無人識 [개중시사무인식] 아무도 이 시정을 아는 사람이 없으리.

 

 

 

 

 

 

 

/한국 네티즌 본부 - 雲中月

 

 

 

 

출처 : 추억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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