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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등신화 애경전에 나온 시

餘香堂 2015. 6. 12. 09:12

최근 剪燈新話(瞿佑)의 愛卿傳를 읽었다. (한문공부 하려고 원문으로 대충.)

 

애경은 라애애(羅愛愛)의 존칭이다. 비록 기생이지만 아름답고 총명하며 문장에 조예가

깊고 심지가 깊은 이 여인을 사모하고 존경하여 사람들이 높여 부른 것이다.

애경을 아내로 맞은 것이 조(趙)씨 집안의 6째 아들이었다. 애경의 조생(조씨 아들의

뜻)을 향한 현숙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약간의 전기(傳奇)적 내용이 가미되어

묘사된 것이 愛卿傳이다.

 

이 작품이 소설이므로 작자의 시가 되겠지만, "애경전" 첫 머리에 나오는 애경의 시가

무척이나 멋지고 마음에 들었다.

 

어느 늦여름의 보름날, 고을 안의 이름 있는 인사들이 호숫가 누각에 올라 피서 겸

달놀이를 하며 시를 짓고 있었다. 그때 애경이 먼저 시 네 수를 지었고,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은 시를 지을 의욕이 사라져버려 모두 붓을 놓고 말았다. 그 시는 이랬다.

 

畫閣東頭納晚涼,紅蓮不似白蓮香。

一輪明月天如水,何處吹簫引鳳凰?

 

月出天邊水在湖,微瀾倒浸玉浮圖。

搴簾欲共嫦娥語,肯教霓裳一曲無?

 

手弄雙頭茉莉枝,曲終不覺鬢雲欹。

玉環響處飛仙過,願借青鸞一隻騎。

 

曲曲欄杆正正屏,六銖衣薄懶來憑。

夜深風露涼如許,身在瑤台第一層。

 

누각 동쪽 머리에 저녁 바람 서늘하고

백련 향기는 홍련 사이에 홀로 빼어나네.

둥근 밝은 달이 하늘에 강물로 흐르고

어디서 퉁소소리 봉황새를 부르는가.

 

저 하늘 가 호수 위로 달은 솟아오르고

잔물결에 산봉우리 거꾸로 잠겨 있네.

주렴 걷어 올려 항아와 밀어를 나누려니

달나라 예상곡 한 가락 가르쳐 주시려나.

 

말리(茉莉)꽃 두 송이 손으로 어루만지며

노래 멎도록 쪽머리 기울어도 몰랐어라.

패옥소리 울리는 곳으로 선녀가 날아가니

푸른 난새 빌어 타고 나 또한 날아가리.

 

굽이굽이 난간이 첩첩으로 둘러싼 곳,

보드라운 하늘옷 입고 나른히 기대서네.

깊은 밤, 이슬 바람이 이토록 소슬한데

이내 몸은 신선 세상 요대 안에 있구나.

[류주환 역]

 

주:

(1) 항아(姮娥): 달 속에 있다는 선녀.

(2) 예상곡(霓裳曲): 월궁(月宮)의 음악(音樂).

(3) 말리(茉莉): 물푸레나뭇과의 상록 관목(常綠灌木). 높이는 1m 정도이며, 여름에

흰 꽃이 가지 끝에 핌. 꽃의 향기가 높아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고 향료로 씀.

소형(素馨). 재스민(jasmine).

(4) 패옥(佩玉): 옷에 다는 옥(玉).

(5) 요대(瑤臺): 신선이 살고 있는 누대. 달을 이름.

 

백련(白蓮)과 홍련(紅蓮)에 대한 묘사를 보니 "홍련은 향이 백련보다 강하고 수련보다

약하다.", "백련은 홍련과 달리 자라는 곳이 많지 않으나, 그 꽃이 풍기는 향기는

매우 독특하다.", "홍련과 달리 백련은 그 향기가 진하다. 홍련이 색깔을 가진 반면

백련은 향을 가진 셈이다." 등의 언급이 있었다. 경우마다 홍련과 백련이 향기의 정도를

다르게 느끼는 듯하다. 여기서는 위 언급 중 마지막의 경우에 해당된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니 연산군 12년 7월7일(음력)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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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흰 연꽃 한 송이를 내리며, "붉은 연꽃이 만발한 가운데 이 꽃이 홀로 빼어나니

고운 모양이 사랑스럽다. 옛적에 이른 바 '홍련이 백련의 향기만 못하다[紅蓮不似白蓮香]'고

한 것은 이를 보아 알 수 있겠다. 강혼(姜渾)은 그에 대해 시를 지어 바치라."고 하였다.

(下白蓮花一朶曰 "紅蓮盛開中, 此花獨秀, 艶態可愛. 古所謂, '紅蓮不似白蓮香'者,

觀此可驗. 姜渾其製詩以進.")

[출처: http://sillok.history.go.kr/ ; 몇 군데 필자가 변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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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은 시를 무척 좋아했다. 시를 잘 지었다고 신하들에게 상도 내리곤 했고, 특히 강혼을

총애하고 글을 자주 지어 바치게 했다. 연산이 인용한 시는 필경 위의 전등신화의 시였을

것이다.

 

옛날에는 선계를 노래한 시들이 많았다. 난 허난설헌의 시에서 그런 시들을 자주 접했는데

그 선경(仙境)이 매혹적으로 묘사된 것들이 많다. 지금은 불교나 기독교 같은 종교들이

강한 색깔로 사회를 물들이고 있지만, 장수하고 속세를 떠나 사는 인물들을 확장하여

신선과 선녀 같은 존재를 상상한 것은 나름대로 타당하며, 개념을 확장해서 많은 몽상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었지만 "실패한 신의 가정(The Failed God Hypothesis)"처럼 폐해라고

할 것은 없어, 훨씬 인본주의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선계의 노래에는 서왕모, 봉황새, 난새, 항아(선녀), 요대(월궁), 옥(玉), 부상(扶桑),

퉁소(피리), 부용각 등등의 요소들이 자주 등장하며, 자주 신선 세계에 가거나 신선의

잔치에 참여했다가 돌아왔다던가, 위의 시처럼 신선 세계에 자신이 가 있다는 방식의

묘사를 한다.

 

위 시는 화자(話者)가 점점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1연에서는 지상이 배경이며, 2연도 역시 지상이지만 항아와 만나며, 3연에서 선계로의

장소의 이동이 이루어지며, 4연에서 화자는 선계에 위치한다.

 

휘영청 밝은 달, 호수 위에 떠 있는 달을 보며 늦여름, 더위를 가시는 서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어여쁜 여인이 저런 시를 읊으면, 과연 저 여인이 선녀로구나, 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길지 않은 "애경전"에는 애경 시가 앞의 시 이외에 두 편이 더 나온다. 부덕(婦德)이

높은 애경은 남편의 앞길을 위해, 떠나기를 주저하는 그를 설득하는 현숙함을 보이고,

남편이 떠난 후에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신다. 그러다 그만 난리 통에 몸이 더러워질

상황에서 자진을 하고 만다. 조생이 돌아와서 그런 일들을 알고 몹시 슬퍼하며 애경을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빈다. 그 결과 남편을 만나보고 싶어 아직 귀신으로 남아

있던 애경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하룻밤... 애경은 저승에서 그 정절의 기림을

받아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

 

남녀의 역할이 많이 변화해온 지금에 이런 고전적인 여인상을 강조하려는 것이 아니다.

소설이지만, 충심으로 상대방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그 진실된 마음은 아무리 시대가

달라져도 감동으로 전달될 수 있음을 생각한 것이다.

 

사족으로, 광해군은 '군'으로 불리지 말았어야 한다는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살펴본

적이 있었는데, 연산은 그런 적이 없어 판단을 내릴 입장이 아니다. 어쨌건 그가

소설책을 읽으며 거기 나온 시를 보고 나처럼 주목하는 장면을 그려보자니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2009. 10. 23. hannim 류주환

 

출처 : 물고기와 물병
글쓴이 : 은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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