誰知眞樂在無言 수지진락재무언
참다운 즐거움은 말 없음에 있다는 걸 그 누가 알랴
李彦迪(이언적)의 春日登亭 에 나오는 마지막 연이다.
나는 이 글귀가 마음에 들어 퇴임 시화전에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 붙였다.
'교사는 말이 많은 직업이다. 말을 많이 하게 되면 사람의 정수가 고갈되어 정신이 황폐해진다. 더군다나 번잡한 생각과 일에 얽매이면 사람의 진심까지 흐트러지게 된다. 그러므로 평소에 말은 줄이되 독서와 진지한 사색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스려야한다.'
이제 지리산을 앞에 두고 매일 바라보며 살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늘 이런 삶을 꿈꾸어 왔다.
金柏齡(김백령)이 읊은 靜思(정사-은근한 생각)라는 시에 그런 희망이 잘 나타나 있다.
每浴移家住近山(매욕이가주근산)
此身於世不相關(차신어세불상관)
須營草閣無墻璧(수영초각무장벽)
盡取千峰入臥間(진취천봉입와간)
산 가까이 집을 옮겨 살으려네
이 몸 세속 일에는 마음 두지 않으려네
담장도 없는 초가 하나 엮어놓고
사방 산봉우리 방안까지 불러들이려네.
근 십여 년 이상을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그 꿈이 실현되었다. 세상의 찌든 때가 너무 묻어있는 이의 도피성 심사는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희망마저도 꿈꿀 수 없었다면 나는 견뎌나지 못했을 것이다.
퇴계선생은 산을 은둔하는 관념적 대상으로 대하는 것을 경계하였다. 산을 통해 인격을 수양하고 삶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지혜를 얻어야 한다고 하였다. 지극한 말이다. 현실의 도피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는 겸허하고 나태하지 않는 생활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3년 이상을 살 수 있다면 만족하겠다. 10년을 더 살수 있다면 행복이라고 생각하겠다. 70을 넘기면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이제 말은 줄이고 독서와 사색으로 내면을 충실히 하면서 그때 그때의 생각을 여기에 남기고자 한다.
짧은 내 경험과 식견으로 어떤 글이 나오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나에게는 삶의 기록이요, 지인들에게는 은둔자의 소식이 될 것이요, 자식들에게는 나를 이해하는 본보기가 될것이다.
욕심없이 자연과 벗하며 살고싶은 나의 흔적이 될것이다.
지리산에 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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