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식영정을 가 본게 언제였더라...
어릴적 내 기억은 별로 특별함이 없었다.
그저 시골에 사는 평범한 아이의 일상이였으니까...
그렇게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보내고 고등학교때 특별활동 시간에
준거집단 생활을 했었다.
다른 특별활동과는 움직임이 많은 곳이였다.
포크댄스도 배우고, 매듭법도 배우고, 즐거운 레크레이션도 있었고
한달에 한두번은 여기 저기 댕기는 답사가 있었다.
그 특별활동중에 처음으로 무등산에도 가봤고, 식영정에도 가봤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속에 뚜렷하게 자리잡은 식영정에서 바라다 보는 광주호의
모습은 지금까지 잊혀지질 않는다.
그 이후로 난 기분이 울적해지거나 뭔가 정리가 필요한 복잡한 일이 생기면
무조건 식영정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었다.
식영정은 다 아시다시피 서하당 김성원이 장인이였던 석천 임억령 선생을 위해 지은 정자이다.
그러나 식영정에서 송강 정철이 성산별곡을 지었다는 국문학사적인 이유때문에
식영정을 찾는 사람들은 식영정과 송강 정철을 먼저 연결 짓는다.
물론 송강 정철이 식영정과 아주 연관이 없진 않다.
송강 정철의 외가가 이곳과 가까운 창평이고, 식영정 건너편에 있는 환벽당앞 낚시터에서
멱감으며 놀다가 사촌 김윤제의 눈에 들어 결혼까지 하게 됐으며
가사 문화권 혹은 정자 문화권이라 이름 붙여진 이곳에서 김성원, 임억령, 김윤제, 양산보,
기대승, 김윤후 기타등등 기라성 같은 스승들 밑에서 공부하는 행운을 얻었으니까...
위에 사진은 부용당이다.
전통 건축양식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주워 들은바에 의하면....
우리 조상님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천원지방(天圓地方)사상을 건축물에
적용시키고, 도가 사상과 양반님들의 정숙(?)한 생활을 반영하기도 했단다.
부용당 앞에 연못을 파고, 정자에 딸린 마루를 받치고 있는 석조 기둥을 그 연못에 잠기게 했었단다.
지금 사진 모습은 복원해 놓은 모습인데 제대로 복원이 안되었단다.
저 석조 기둥이 연못에 잠기게 해야된단다. 그래야지만 이 건물을 지은 속뜻이 제대로 드러 난단다.
저 정자에 석조기둥은 탁족을 즐기는 양반님들의 발이다.
더운 여름날에 바지가랑이 걷어 올리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있는 형상을 건물에 대입시킨건데
새로이 복원된 부용당은 바지가랑이만 걷어 올렸지 발이 연못속에 잠겨지지 않는다.
연못은 보통 땅의 모습을 본 떠 네모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연못 가운데 하늘을 닮은 둥근 섬을 만들기도 했단다.
부용당 앞에 연못은 네모지긴 한데 하늘은 담기지 않았다.
다만, 개인적인 생각에 부용당 마루에 대보름날 앉아 보면 둥근 하늘이 담겨지게 되는 멋진 풍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연못속에 보름달이 뜰테니 말이다.
부용당의 뒷모습..
부용당 뒷쪽으로 난 길을 따라 식영정으로 오를 수도 있고 아래 사진에 있는 당산나무로 왼쪽에
있는 계단을 따라 오를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계단으로 오르는 길이 더 좋다,
꼭 손가락을 쫙 편 손바닥 같은 저 느티나무 아래서 요즘도 제를 지낸단다.
금줄 감아 놓은 느티나무 모습이 맘에 들었는지 두 꼬맹이가 나무에 오르기도 하고
뛰어 내리기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느티나무 뒷쪽에는 송강 정철의 시비가 있는데 영~ 맘에 안든다.
누군가 그러더라, 수출 100만불 기념탑비라고 하면 그럴싸 하지 않겠냐고,,,,,
식영정 뒷편에서 바라다 본 식영정과 무등의 능선이다.
식영정을 지키고 있는 오래 된 소나무와 배롱나무가 어우러지는 멋진 곳이다.
네모난 비석은 성산별곡 시비인데 원래는 소나무 밑에 부담스럽게 서 있다가
여론에 밀려 뒷자리로 자리를 옮겨 잡았다.
그림자가 숨어 쉬는 곳, 식영정 마루에 걸터 앉아 광주호에서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딱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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