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좋은날 (日日是好日:일일시호일)
"날맏 좋은날"이라는 말은 운문선사의 어록인 <운문광록>에 나오는 말로서
너무나도 유명한 선어이다.
운문선사가 어느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보름전의 일은 묻지 않겠다. 오늘부터 보름 이후의 일을 표현할 수 있는
시구를 지어 가져오너라"
수행승들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머리를 쥐어짰으나 무어라고 한마디로 선의
묘미를 표현할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는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운문선사가 스스로 지은 짧은 시구를 내보였다.
"날마다 좋은날 (日日是好日)"
이 시구는 너무나 명쾌하여 이후 유명한 명구가 되었다.
"일일시호일"은 언어상으로는 "날마다 좋은날"이라는 뜻이다. "날마다
좋은날"이라면 '해마다 좋은해'도 될 수 있다. 누구나 매일매일이 나무랄데
없이 편안한 길일[吉日]이기를 바라지만 만사가 그렇게 생각대로 되지는
않는다.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사를 옛사람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세번 먹던 밥을 뱉어내야 했으니,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누나"
세상은 좋은날 보다는 고통과 슬픔으로 이어지는 날이 더 많기 때문에
"매일매일이 나쁜 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겸호[兼好]법사는 이렇게 말한다.
"길일이라도 악을 행하면 반드시 흉하고 악일[惡日]이라도 선을 행하면
반드시 길하다. 길흉은 사람에게 달린 것이지 날에 달린 것이 아니다"
인간은 길일을 고르고 액일[厄日]은 피하지만, 좋은날인가 나쁜날인가는
마음이 어떠한가에 달려있는 것이지 날짜에 달린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운문선사가 말한 '날마다 좋은 날'은 분별 집착심을 없앤 편안하고 맑은
경지를 나타내고 있다. 즉 매일매일이 최고 최상의 날이며 둘도 없이
소중한 하루인 것이다. 기쁠 때는 즐거워하고, 슬프고 괴로울 때는 울고,
화날때는 화낸다. 억지로 무엇을 하지 않으면서 현실의 있는 그대로
살아간다. 이처럼 시기와 장소에 따라 대응하면서 집착하지 않고 번뇌를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면 '매일매일이 좋은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춘유백화추유월 [春有百花秋有月]
봄에는 꽃이피고 가을에는 달이뜨고
하유량풍동유설 [夏有凉風冬有雪]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불고 겨울에는 눈내리네
옛 사람은 이렇게 노래했다. 봄.여름.가을.겨울 매일매일이 좋은 인생
이라는 것이다. 자기를 둘러싼 사회적. 자연적 환경속에서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운 것을 발견해 안심입명[安心立命]한다면 이것이 바로 '날마다
좋은 날'인 것이다. 거기에만 안주하게 되면 굴국 집착심이 생겨 마음의
안락과 자유를 얻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운문 선사도 "날마다 좋은 날"
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경계하고 있다. 오히려 '일일시호일'을 모두 놓아
버리는 곳에 참다운 '일일시호일'이 나타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