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김장철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집도 지난 주말 절인 배추 주문해서 김장을 마쳤습니다. 배추김치 9통, 동치미 1통, 비늘김치 1통, 알타리 1통 담갔네요. 다음 김장때까지 1년을 먹을 김치라 재배와 절임, 세척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곳에서 김장재료를 샀습니다. 마늘과 갓은 강화농장에서 직접 길렀고, 지난 6월에 담근 꽁치젓을 썼네요. 한창 산란기에 신선한 꽁치를 구입해서 소금에 절여놨는데 여름을 지나면서 구수하게 잘 삭았더라고요. 덕분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맛난 멸치액젓과 새우젓도 거의 쓸 일이 없었습니다.
김장을 위해 강화농장에 쪽파와 홍갓을 수확하러 가면서 대명포구에 잠시 들렀습니다. 강화농장은 지인 몇몇이 자연농법에 가깝게 작물을 재배하는 곳입니다. 농장 가는 길에 생새우나 있으면 조금 사려고 대명포구를 거쳐 간 것이지요.
?한강 하류 바다와 만나는 지점의 작은 대명포구. 포구 건너편이 강화도다.
대명포구는 소위 염하라고 부르는 한강 하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행정구역으로는 김포시 대곶면 대명리에 속하지요. 포구라 하기 민망할 정도로 자그마하고 그나마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철조망을 쳐놓고 군인들이 출입을 관리하지요. 하지만 철철이 서해의 해산물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해 시간이 나면 가볼 만합니다. 특히 김장철이면 강화 외포리와 함께 생새우를 사려는 사람들로 가장 붐비는 포구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해산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대명포구 직판장
포구 뒤편에 낡고 허름한 건물이 한 동 있습니다. 대명포구 직판장 건물이지요. 선주가 직접 잡은 해산물만 판매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린 입구를 들어서면 널찍한 공간에 사람들로 붐빕니다.
한 푼이라도 싸게 신선한 해산물들을 사려는 사람들이지요.
그럼 시장구경 한 번 해볼까요?
?아직 팔딱거리며 살아있는 생새우
김장철에 대명포구에서 가장 많이 찾는 생새우입니다.
소위 동백하라고도 부르고 추젓을 담글 때 쓰기도 하지요. 생새우를 사는 사람도 있고 즉석에서 소금과 버무려 새우젓을 담가 가기도 합니다. 신안의 천일염만 쓴다고 하는데 그래도 못 믿는 사람들은 직접 소금을 들고 오기도 합니다. 우리는 남은 젓갈들이 충분해서 생새우를 조금만 샀지요. 김장에 생새우를 넣으면 시원한 감칠맛을 내줍니다. 김장하고 남으면 무 넣고 생새우국을 끓이거나 쪽파와 함께 생새우전을 부치면 그 또한 별미지요.
?가을 새우를 잡아 담근 추젓도 김장용으로 많이 팔려나간다
물론 미리 담가놓은 새우젓도 있습니다. 생새우를 넣어보지 않았거나 번거로움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지요. 새우젓뿐 아니라 황석어젓, 액젓 등 김장용 젓갈들도 모두 있더군요.
?제철의 정점을 지나고 있는 꽃게도 아직 그득하다
가을은 숫꽃게가 제철이지만 늦가을에 접어들면 암꽃게도 맛이 듭니다.
여름 산란을 끝내고 겨울을 나기 위해 살을 찌운 까닭이지요. 겨울의 문턱에 접어든 이즈음 꽃게들도 먼바다로 떠납니다. 이제 거의 마지막으로 우리 연안에서 잡힌 것들입니다. 알이 조금씩 차기 시작해서 가장 저렴하게 맛있는 암꽃게 간장게장을 담글 수 있는 기회입니다.
?싱싱하게 살아 꿈틀거리는 갯가재도 많이 나왔다
찌거나 삶아서 살을 발라 먹으면 이 또한 별미인 갯가재입니다. 갯가재에 끓인 장물을 부어 갯가재장도 담가서 파는군요. 요건 사실 처음입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도망치려 안간힘을 쓰는 바스락게
작은 게를 한 다라 가득 내놓은 곳이 있어 가보니 바스락게라고 합니다. 아마 바스락거리며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하여 현지에서 부르는 이름 같은데 표준명은 모르겠습니다. 칠게나 방게보다 껍질이 얇고 약해 보입니다. 간장과 물엿을 넣고 조리면 맛있다 하여 조금 사왔습니다.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마늘과 청양고추를 넣어 향과 맛이 우러나면 바스락게를 넣고 함께 볶습니다. 그런 다음 간장을 두르고 조려주다가 마지막에 물엿을 조금 넣고 골고루 섞어주면 간단히 조리가 끝납니다. 요거 껍질째 아삭하게 먹을 수 있는 별미더군요.
?겨울을 맞아 먼바다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잡혀온 주꾸미들
주꾸미도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해산물이지요. 그래서 봄이 되면 연안에 붙었다가 겨울에 물이 차가워지면 멀고 깊은 바다로 떠납니다. 내년 봄 산란을 위해 다시 우리 연안으로 찾기 전 마지막으로 먹을 수 있는 생주꾸미입니다.
?겨울이면 기름이 잔뜩 올라 고소하기 그지없는 숭어 치어
요건 모찌라고도 하고 동어라고도 부르는 물고기입니다. 숭어의 어린 개체, 즉 숭어새끼지요. 보통 이렇게 어린 생선들은 맛이 없는데 이놈은 겨울에 기름이 잔뜩 올라 제법 맛있습니다. 아마 겨울에만 맛이 들어서 동어라는 별칭이 붙었지 싶습니다. 겨울 한철 대명포구나 강화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한류성 어종인 서남해의 물메기도 어느새 나오기 시작했다
물메기, 꼼치 등 물메기과 어류들은 차가운 물을 좋아합니다. 여름에는 깊은 바다에 서식하다가 겨울이 되면 산란을 위해 우리 연안을 찾지요. 대명포구에도 어느새 물메기가 보이고 삼세기도 나왔더군요. 둘 다 탕으로 끓이면 아주 맛있는 겨울 생선들입니다. 물메기는 맑은탕이 어울리고, 삼세기는 최고의 매운탕거리지요.
?아드님이 잡아온 멸치를 말려 파신다는 할머니
대명포구 직판장에 선주들이 직접 잡은 제철 해산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직접 잡아서 말린 건어물들도 많습니다. 멸치 사진을 찍고 있자니 주인 할머니께서 박하스를 한 병 권하시더군요. 아드님이 서천 인근 바다에서 조업한 멸치를 말려 파신답니다. 멸치도 깨끗하니 좋아 보이더군요. 다음에 멸치 필요할 때 꼭 다시 들르겠다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습니다.
직판장에는 이밖에도 피뿔고둥과 민꽃게, 농어 치어, 복어 등 제철 해산물이 그득하더군요.
수도권 거주자라면 제철 해산물도 구경할 겸 한 번 들러볼 만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해산물로 풍성한 제철밥상을 장식할 수도 있구요. 아직 김장 전이라면 김장용 생새우를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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