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 (영) Southeast the Peacock Flies.
중국 후한(後漢)말의 민간 서사시. 원제목은 〈고시위초중경처작 古詩爲焦仲卿妻作〉이지만, 시의 첫 구절이 '공작동남비'로 시작되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이를 작품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전체 353구로 되어 있고 애정 비극을 묘사했다.
여주인공 유란지(劉蘭芝)와 남편 초중경(焦仲卿)은 정이 매우 깊지만 시부모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고 끝내는 둘 다 자살한다. 죽은 뒤 함께 묻으니 두 사람의 무덤에 송백과 오동나무가 가지를 서로 엇댄 채 잎을 맞대고 있었고 원앙이 서로 마주보며 울고 있었다고 한다.
이 비극을 통해 순수한 사랑을 가로막는 봉건 예교(禮敎)의 폐단을 공격하고, 란지 부부의 애정에 대한 충정을 노래하고 있다. 이 고사는 훗날 각종 극본으로 개편되어 계속 상연되고 있다.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
孔雀東南飛(공작동남비) : 공작이 동남으로 날다가
五里一徘徊(오리일배회) : 오리를 가다가 한번 배회하도다
十三能織素(십삼능직소) : 나는 13살에 흰 비단 짤 수 있었고
十四學裁衣(십사학재의) : 14살에 옷 제단하는 것을 배웠고
十五彈箜篌(십오탄공후) : 15살에 공후를 탔으며
十六誦詩書(십륙송시서) : 16살에 시경과 서경을 암송했으며
十七為君婦(십칠위군부) : 17살에 당신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心中常悲苦(심중상비고) : 그러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슬퍼고 괴로웠습니다
君既為府吏(군기위부리) : 당신은 부리가 되시고
守節情不移(수절정불이) : 서로 절개를 지켜 마음의 정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賤妾留空房(천첩류공방) : 저는 외로운 빈방에 홀로 남아
相見長日稀(상견장일희) : 오래도록 만날 수도 없었습니다
雞鳴入機織(계명입기직) : 닭이 울면 베틀에 들어 베를 짜느라
夜夜不得息(야야불득식) : 밤마다 쉴 수도 없었습니다
三日斷五疋(삼일단오필) : 삼 일간에 다섯 필의 명주를 짜서 끊어도
大人故嫌遲(대인고혐지) : 시어머님은 고의로 늦다고 불평하십니다
非為織作遲(비위직작지) : 그것은 짜는 것이 늦기 때문이 아니고
君家婦難為(군가부난위) : 당신 집의 시집살이 하기가 까다로워지요
妾不堪驅使(첩불감구사) : 저는 정말 혹사를 더 당할 수 없어
徒留無所施(도류무소시) : 어찌할 도리가 없어 그냥 앉아 있습니다
便可白公姥(편가백공모) : 바로 시어머님께 말씀 올려서
及時相遣歸(급시상견귀) : 가끔 친정에 가게 해 주세요
府吏得聞之(부리득문지) : 부리는 이 말을 듣고
堂上啟阿母(당상계아모) : 방문을 열고 어머니께 말씀을 올리기를
兒已薄祿相(아이박록상) : 제가 이미 박복한 얼굴이나
幸復得此婦(행부득차부) : 요행이 다시 이 아내를 얻어
結髮共枕席(결발공침석) : 상투를 틀어 잠자리를 같이하는 부부가 되어
黃泉共為友(황천공위우) : 황천까지 함께 가는 벗이 되었습니다
共事二三年(공사이삼년) : 같이 지낸 지도 겨우 2,3년
始爾未為久(시이미위구) : 불과 얼마 되지 아니합니다.
女行無偏斜(녀행무편사) : 처의 행동거지에 잘못된 점도 없는데
何意致不厚(하의치불후) : 무슨 뜻으로 그렇게 정을 주시지 않으십니까
阿母謂府吏(아모위부리) : 어머니가 말하기를
何乃太區區(하내태구구) : 너는 어찌하여 그렇게 구구한가
此婦無禮節(차부무례절) : 이 며느리는 예절도 차리지 않고
舉動自專由(거동자전유) : 행동도 제 마음대로 한다
吾意久懷忿(오의구회분) : 내 마음 속으로 오래도록 분함을 품고 있었다
汝豈得自由(여기득자유) : 네가 어찌 함부로 말하는가
東家有賢女(동가유현녀) : 동쪽 집안에 현명한 여자가 있는데
自名秦羅敷(자명진라부) : 스스로 秦羅敷(진나부)라고 부른다
可憐體無比(가련체무비) : 그 귀여운 자태는 세상에 비길 바 없다
阿母為汝求(아모위여구) : 이 애미가 너를 위해 그 여자를 구해 줄 것이니
便可速遣之(편가속견지) : 곧 친정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
遣去慎莫留(견거신막류) : 돌려보내고 절대로 그대로 두어서는 않된다
府吏長跪告(부리장궤고) : 부리가 무릎을 꿇고 대답하기를
伏惟啟阿母(복유계아모) : 삼가 어머님께 말씀드립니다
今若遣此婦(금약견차부) : 지금 만일 이 아내를 보내 버리시면
終老不復取(종로불부취) : 나는 평생토록 다시 처를 얻지 않겠습니다
阿母得聞之(아모득문지) :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槌床便大怒(퇴상편대노) : 상을 치며 크게 노하였다
小子無所畏(소자무소외) : 이 자식 두려운게 없나보다
何敢助婦語(하감조부어) : 어찌 감히 아내 말만 두둔하는가
吾已失恩義(오이실은의) : 나는 이미 은혜와 의리가 없으니
會不相從許(회불상종허) : 결코 너와 상종하지 않겠다 하니
府吏默無聲(부리묵무성) : 부리는 아무 소리 못하고 가만히 있다가
再拜還入戶(재배환입호) : 인사를 하고 돌아와 자기 방에 들어갔다
舉言謂新婦(거언위신부) : 모든 말을 아내에게 말하려 하려니
哽咽不能語(경인불능어) : 목이 매여 말을 할 수가 없었다
我自不驅卿(아자불구경) : 내 스스로 그대를 쫓는 것이 아니오
逼迫有阿母(핍박유아모) : 어머니가 핍박하는 것이라오
卿但暫還家(경단잠환가) : 그대는 다만 잠시만 집에 돌라가 있으시오
吾今且報府(오금차보부) : 나는 오늘 관청에 보고 할 있이 있소
不久當歸還(불구당귀환) : 오래지 않아 반드시 곧 돌아오겠소
還必相迎取(환필상영취) : 돌아오면 반드시 그대를 다시 부를 것이니
以此下心意(이차하심의) : 이 내 뜻을 마음 속에 두소서
慎勿違吾語(신물위오어) : 조심하며 내 말을 어기지 마오
新婦謂府吏(신부위부리) : 신부가 부리에게 말하기를
勿復重紛紜(물부중분운) : 다시 부른다는 분분한 말씀은 다시 하지 마세요
往昔初陽歲(왕석초양세) : 지난 날 초양 달 십일월에
謝家來貴門(사가래귀문) : 우리 집을 떠나 이 집안에 와서
奉事循公姥(봉사순공모) : 시어머님 받들어 일을 했습니다
進止敢自專(진지감자전) : 나가고 그치는 일 감히 제 마음대로 했겠습니까
晝夜勤作息(주야근작식) : 밤낮으로 일에 쫓기고
伶娉縈苦辛(령빙영고신) : 나 홀로 갖은 괴로움 겪었습니다
謂言無罪過(위언무죄과) : 말하자면 아무 잘못도 없이
供養卒大恩(공양졸대은) : 공양을 해서 큰 은혜를 갚았습니다
仍更被驅遣(잉경피구견) : 그런데도 쫓겨나게 되었으니
何言復來還(하언부래환) : 다시 돌아온다고 어찌 말하겠습니까
妾有繡腰襦(첩유수요유) : 저에게 수놓은 속옷있는데
葳蕤自生光(위유자생광) : 수의 무늬가 화려하고 광택이 납니다
紅羅複斗帳(홍라복두장) : 또 홍색 명주와 이중으로 짠 큰 휘장
四角垂香囊(사각수향낭) : 뿌린 네모진 향주머니
箱簾六七十(상렴륙칠십) : 또 크고 작은 6, 70개의 상자
綠碧青絲繩(록벽청사승) : 녹벽청색의 실과 끈
物物各自異(물물각자이) : 여러 가지 물건들이 각각 다르게
種種在其中(종종재기중) : 종류마다 다 그 속에 있습니다
人賤物亦鄙(인천물역비) : 사람이 천하므로 그 물건 또한 천하여
不足迎後人(불족영후인) : 뒤에 오는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으니
留待作遣施(류대작견시) : 두었다가 남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於今無會因(어금무회인) : 지금에 와서 나는 당신과 다시 만날 일이 없습니다
時時為安慰(시시위안위) : 가끔 위로하는 말 주시고
久久莫相忘(구구막상망) : 언제까지라도 서로 잊지 마세요
雞鳴外欲曙(계명외욕서) : 닭이 울고 밖에 날이 밝아오니
新婦起嚴妝(신부기엄장) : 색시는 일어나서 단정하게 몸치장을 한다
著我繡裌裙(저아수겹군) : 자수를 놓은 겹치마 입고
事事四五通(사사사오통) : 일마다 으젓하였다
足下躡絲履(족하섭사리) : 발에는 비단 신 신고
頭上玳瑁光(두상대모광) : 머리에는 대모가 빛나고
腰若流紈素(요약류환소) : 허리에는 가는 명주가 흐르는 물처럼 곱고
耳著明月璫(이저명월당) : 귀에는 명월과 같은 귀고리
指如削蔥根(지여삭총근) : 손가락은 고운 파 줄기 같고
口如含朱丹(구여함주단) : 입은 붉은 진주를 머금은 듯하며
纖纖作細步(섬섬작세보) : 유연히 잔걸음으로 나아간다
精妙世無雙(정묘세무쌍) : 그 뛰어난 아름다움은 세상에 다시없다
上堂謝阿母(상당사아모) : 당에 올라 시어머님께 이별 인사 올리니
阿母怒不止(아모노부지) : 시모는 화를 거치지 않는다
昔作女兒時(석작녀아시) : 지난 시절 어린 때
生小出野里(생소출야리) : 촌구석에서 태어난지라
本自無教訓(본자무교훈) : 본래 교양도 없는데
兼愧貴家子(겸괴귀가자) : 이 댁과 같은 집에 시집온 것이 부끄럽습니다
受母錢帛多(수모전백다) : 시어머님으로부터 돈과 명주를 많이 받았지만
不堪母驅使(불감모구사) : 지금은 시어머님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今日還家去(금일환가거) : 오늘 친정으로 돌가 갑니다
令母勞家裡(령모로가리) : 시어머님 가사일로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卻與小姑別(각여소고별) : 다음에 작은 시누이와 이별하려니
淚落連珠子(루락련주자) : 눈물이 흘러서 구슬을 이은 것 같다
新婦初來時(신부초래시) : 내가 시집을 왔을 때
小姑始扶床(소고시부상) : 시누이는 겨우 상을 잡고 설 정도였습니다
今日被驅遣(금일피구견) : 오늘 저는 쫓겨납니다
小姑如我長(소고여아장) : 그대가 나만큼 자랐으니
勤心養公姥(근심양공모) : 마음먹고 시어머님 잘 봉양하시고
好自相扶將(호자상부장) : 그대의 몸도 잘 보살피십시오
初七及下九(초칠급하구) : 처음부터 오늘까지
嬉戲莫相忘(희희막상망) : 즐겁게 간이 논 일 잊지 마세요
出門登車去(출문등차거) : 이리하여 문을 나가 수레 타고 나가니
涕落百餘行(체락백여행) : 눈물을 흘리며 먼 길을 간다
府吏馬在前(부리마재전) : 부리는 앞에서 말을 타고
新婦車在後(신부차재후) : 색시는 뒤에서 수레를 타고간다
隱隱何田田(은은하전전) : 덜컹거리는 소리 어찌 그리도 심한가
俱會大道口(구회대도구) : 둘은 큰 길 입구에 이르니
下馬入車中(하마입차중) : 부리가 말에서 내려 차 속에 들어가
低頭共耳語(저두공이어) : 머리를 낮추어 귀에 입을 대고 속삭이기를
誓不相隔卿(서불상격경) : 맹세컨데, 나는 그대를 버리지 않을 것이니
且暫還家去(차잠환가거) : 잠시 친정에 가 있으시오
吾今且赴府(오금차부부) : 나는 지금 관청에 가지만
不久當還歸(불구당환귀) : 곧 돌아올 것이네
誓天不相負(서천불상부) : 하늘을 두고 맹서하고 어기지 않을 것이네
新婦謂府吏(신부위부리) : 색시가 부리에게 말하기를
感君區區懷(감군구구회) : 당신의 지극한 마음은 고맙습니다
君既若見錄(군기약견록) : 당신이 만약 놀으로 절 보려 오신다면
不久望君來(불구망군래) : 머지 않아 당신 오시는 것 바라고 있겠습니다
君當作磐石(군당작반석) : 당신이 반석이 되시면
妾當作蒲葦(첩당작포위) : 저는 창포나 갈대가 되고
蒲葦紉如絲(포위인여사) : 창포와 갈대는 꼬면 실같이 됩니다
磐石無轉移(반석무전이) : 반석은 움직이지 아니할 것입니다
我有親父兄(아유친부형) : 내게는 친가에 아버지와 오빠가 계시는데
性行暴如雷(성행폭여뢰) : 그 성품은 번개와 같이 사나워
恐不任我意(공불임아의) : 생각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逆以煎我懷(역이전아회) : 거꾸로 내 생각을 불로 달이는 듯 합니다
舉手長勞勞(거수장로로) : 손을 들어 오래도록 서로 위로하고
二情同依依(이정동의의) : 두 마음은 서로 의지하며 정이 끝없었다
入門上家堂(입문상가당) : 친정에 들어 당에 오르니
進退無顏儀(진퇴무안의) : 오나가나 뵈올 낯이 없었다
阿母大附掌(아모대부장) : 친정 어머니는 크게 손을 치시며
不圖子自歸(불도자자귀) : 생각지도 않는데, 네가 돌아오다니
十三敎汝織(십삼교여직) : 13살 때 베 짜는 법을 가르치고
十四能裁衣(십사능재의) : 14살 때는 바느질을 가르치고
十五彈箜篌(십오탄공후) : 15살 때는 공후를 타게 하고
十六知禮儀(십륙지례의) : 16살 때 예절을 가르쳐
十七遣汝嫁(십칠견여가) : 17실 때 너를 시집 보냈다
謂言無誓違(위언무서위) : 서약한 대로 조금도 어긋나지 말라 했는데
汝今無罪過(여금무죄과) : 너는 오늘 무슨 죄와 허물이 있어서
不迎而自歸(불영이자귀) : 부르지도 않았는데 혼자 돌아왔느냐
蘭芝慚阿母(란지참아모) : 저 난지는 어머니께 부끄러우나
兒實無罪過(아실무죄과) : 내게는 사실 아무 죄나 과실이 없습니다 하니
阿母大悲摧(아모대비최) : 어머니는 매우 슬퍼 가슴이 내려앉는다
還家十餘日(환가십여일) : 집에 돌아온지 십여 일에
縣令遣媒來(현령견매래) : 현령이 중매인을 보내와서
云有第三郎(운유제삼랑) : 말하기를 저에게 제 삼 남이 있습니다
窈窕世無雙(요조세무쌍) : 의젓함이 세상에 둘도 없이 뛰어납니다
年始十八九(년시십팔구) : 나이는 십팔 구 세이며
便言多令才(편언다령재) : 언변도 좋고, 재능도 많습니다 하니
阿母謂阿女(아모위아녀) : 어머니가 딸에게 말하기를
汝可去應之(여가거응지) : 너가 가서 응하라 하니
阿女銜淚答(아녀함루답) : 딸은 눈물을 머금고 대답하기를
蘭芝初還時(란지초환시) : 난지가 처음 집에 돌아올 때
府吏見丁寧(부리견정녕) : 부리가 보고서 진정코
結誓不別離(결서불별리) : 절대로 해어지지 않는다고 맹서를 하였습니다
今日違情義(금일위정의) : 오늘 그런 정의를 어진다면
恐此事非奇(공차사비기) : 이 일은 그렇되고 괴아한 일이 될까 두려우니
自可斷來信(자가단래신) : 중매인의 말을 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徐徐更謂之(서서경위지) : 천천히 말하겠습니다
阿母白媒人(아모백매인) : 어머니가 중매인에게 말하기를
貧賤有此女(빈천유차녀) : 빈천한 이 딸이
始適還家門(시적환가문) : 이제 친정으로 돌아왔습니다
不堪吏人婦(불감리인부) : 부리의 아내 노릇도 감당 못하지 못하는데
豈合令郎君(기합령랑군) : 어찌 현령님의 아들과 맞겠습니까
幸可廣問訊(행가광문신) : 고맙습니다마는 다른 곳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不得便相許(불득편상허) : 말씀을 받아들 수가 없습니다
媒人去數日(매인거수일) : 현령의 중매인이 가고 몇 일이 지났다
尋遣丞請還(심견승청환) : 다시 군승을 보내 청하기를
說有蘭家女(설유란가녀) : 사람들 말에 난가의 딸이 있어
丞籍有宦官(승적유환관) : 대대로 벼슬한 집안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云有第五郎(운유제오랑) : 태수님에게 다섯째 아들이 있습니다.
嬌逸未有婚(교일미유혼) : 미남이고 뛰어난 사람입니다만 아직 미혼이어서
遣丞為媒人(견승위매인) : 저를 보내어 중매장이로 삼아
主簿通語言(주부통어언) : 주부에게 말을 통하고
直說太守家(직설태수가) : 바로 태수에게 말씀드리어
有此令郎君(유차령랑군) : 이 명령을 낭군에게 내리어
既欲結大義(기욕결대의) : 결혼의 대의를 맺고자하십니다
故遣來貴門(고견래귀문) : 그래서 나를 보내어 귀 댁에 오게된 것입니다
阿母謝媒人(아모사매인) : 어머니가 말하기를
女子先有誓(녀자선유서) : 내 딸이 먼저 맹서한 일이 있어
老姥豈敢言(로모기감언) : 이 노파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阿兄得聞之(아형득문지) : 난지의 오라버니는 이 말을 듣고
悵然心中煩(창연심중번) : 속이 상하고 불평이 생겨
舉言謂阿妹(거언위아매) : 언성을 높여 동생에게 성내며 말한다.
作計何不量(작계하불량) : 무슨 얕은 생각인가
先嫁得府吏(선가득부리) : 먼저는 부의 아래 직원에게 혼인을 했고,
後嫁得郎君(후가득랑군) : 후에는 태수님의 아들에게 시집가게 되었으니
否泰如天地(부태여천지) : 좋고 나쁨은 하늘과 땅과 같은 차이다
足以榮汝身(족이영여신) : 네 일신을 영화롭게 하니
不嫁義郎體(불가의랑체) : 이렇게 좋은 혼처에 시집가지 않으면
其住欲何云(기주욕하운) : 장차 어떻게 하려는가 라고 했다
蘭芝仰頭答(란지앙두답) : 난지는 고개를 들고 답하기를
理實如兄言(리실여형언) : 사리는 오라버님의 말씀과 같습지마는
謝家事夫婿(사가사부서) : 나는 이 집에서 나가 남편 섬기다가
中道還兄門(중도환형문) : 도중에서 오라버니 집에 돌아왔습니다
處分適兄意(처분적형의) : 처분은 오라버님의 뜻대로 이시니
那得自任專(나득자임전) : 어찌 제 마음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雖與府吏要(수여부리요) : 부리와 약속도 중요하지만
渠會永無緣(거회영무연) : 그 사람과는 영끝내 영원한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登即相許和(등즉상허화) : 가서 바로 허락하셔서
便可作婚姻(편가작혼인) : 곧 속히 혼인을 시켜주세요 하니
媒人下床去(매인하상거) : 중매인이 평상에서 내려와 가면서
諾諾復爾爾(낙낙부이이) : 좋아하면서 다시 끄덕거린다
還部白府君(환부백부군) : 고을로 돌아와 다시 태수에게 알리기를
下官奉使命(하관봉사명) : 제가 명령을 받들어
言談大有緣(언담대유연) : 큰 연분이 되었다고 말한다
府君得聞之(부군득문지) : 태수가 이 소식을 듣고
心中大歡喜(심중대환희) : 마음 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視曆復開書(시력부개서) : 책력을 보고 다시 책을 보면서
便利此月內(편리차월내) : 이 달내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六合正相應(륙합정상응) : 육합이 아주 맞고
良吉三十日(량길삼십일) : 길 일은 삼십 일인데
今已二十七(금이이십칠) : 오늘이 벌써 이십칠 일이니
卿可去成婚(경가거성혼) : 가서 성혼을 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交語連裝束(교어련장속) : 말 전하고 곧 이어 옷차림 꾸미고
絡繹如浮雲(락역여부운) : 구름같이 빠르게 연락을 한다
青雀白鵠舫(청작백곡방) : 청작와 백곡을 장식한 배
四角龍子幡(사각룡자번) : 사각의 용을 그린 깃발이
婀娜隨風轉(아나수풍전) : 아름답게 바람‘따라 날린다
金車玉作輪(금차옥작륜) : 금빛 수레에 옥 수레 만들어
躑躅青驄馬(척촉청총마) : 청총마가 길어서 머뭇거린다
流蘇金縷鞍(류소금루안) : 오색 솔달 금 박은 안장
齋錢三百萬(재전삼백만) : 삼백만의 돈을 지참했는데
皆用青絲穿(개용청사천) : 다 푸른 돈꿰미를 사용했다
雜綵三百匹(잡채삼백필) : 온갖 비단 삼백 필을 가지고
交廣市鮭珍(교광시해진) : 온갖 음식으로 널리 잔치를 베풀었다
從人四五百(종인사오백) : 따르는 사람이 사오 백 인
鬱鬱登郡門(울울등군문) : 아득히 떼지어 군문으로 오른다
阿母謂阿女(아모위아녀) : 어머니가 딸보고 말하기를
適得府君書(적득부군서) : 마침 태수님의 편지를 받았는데
明日來迎汝(명일래영여) : 내일 아침 와서 너를 맞이한단다
何不作衣裳(하불작의상) : 어찌하여 옷도 만들지 않고
莫令事不舉(막령사불거) : 아무 일도 하지 않는가
阿女默無聲(아녀묵무성) : 딸이 묵묵히 아무말 없이
手巾掩口啼(수건엄구제) : 수건으로 입을 막고 우니
淚落便如瀉(루락편여사) : 눈물이 떨어져 곧 흘려내렸다
移我琉璃榻(이아류리탑) : 나를 유리 의자로 옮겨
出置前窗下(출치전창하) : 나아가 앞 창문 아래에 앉혀놓았다
左手持刀尺(좌수지도척) : 왼손에 한 자 되는 칼을 잡고
右手持綾羅(우수지능라) : 오른 손에 능라를 잡았다
朝成繡裌裙(조성수겹군) : 아침에 수놓은 비단 겹치마 다 만들고
晚成單羅衫(만성단라삼) : 저녁에 홑비단 치마 다 만들었도다
晻晻日欲暝(엄엄일욕명) : 어둑하게 날이 저물어져
愁思出門啼(수사출문제) : 서글픈 생각에 문 밖으로 나가운다
府吏聞此變(부리문차변) : 부리가 이 변을 듣고
因求假暫歸(인구가잠귀) : 잠시 휴가를 얻어 돌아왔다
未至二三里(미지이삼리) : 이삼 리도 못왔는데
摧藏馬悲哀(최장마비애) : 지친 말은 슬피운다
新婦識馬聲(신부식마성) : 신부가 말의 소리를 듣고
躡履相逢迎(섭리상봉영) : 신을 끌고 맞아들였다
悵然遙相望(창연요상망) : 추창히 멀리 바라보니
知是故人來(지시고인래) : 바로 옛 남편이 오는 것이었다
舉手拍馬鞍(거수박마안) : 손 들어 안장을 어루만지며
嗟歎使心傷(차탄사심상) : 탄식하며 마음아파하더라
自君別我後(자군별아후) : 당신이 나를 떠난 뒤
人事不可量(인사불가량) :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법이라
果不如先願(과불여선원) : 과연 먼저 원하는 바와 다르고
又非君所詳(우비군소상) : 또 당신이 소상히 밝힐 수도 없는 일입니다
我有親父母(아유친부모) : 나는 친부모가 있어
逼迫兼弟兄(핍박겸제형) : 핍박하고 형제도 같이 핍박하여
以我應他人(이아응타인) : 내가 다른 사람을 받게 했으니
君還何所望(군환하소망) : 당신 가는 곳이 어디인지요
府吏謂新婦(부리위신부) : 부리가 색시에게 말하기를
賀卿得高遷(하경득고천) : 그대 높이 오른 것 축하하오
磐石方且厚(반석방차후) : 반석은 이제 장차 두터워지리니
可以卒千年(가이졸천년) : 가이 천년을 누리시오
蒲葦一時紉(포위일시인) : 부들과 갈대는 일시로 서로 엉키었지만
便作旦夕間(편작단석간) : 곧 아침 저녁 하루 동안이오
卿當日勝貴(경당일승귀) : 그대는 오늘 더욱 귀해졌으니
吾獨向黃泉(오독향황천) : 나 혼자 황천으로 떠나려하오
新婦謂府吏(신부위부리) : 신부가 부리에게 말하기를
何意出此言(하의출차언) :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십니까
同是被逼迫(동시피핍박) : 둘이 동시 핍박을 당하고 있습니다
君爾妾亦然(군이첩역연) : 그대가 그러하면 저 또한 그러합니다
黃泉下相見(황천하상견) : 황천에서 서로 만나요
勿違今日言(물위금일언) : 오늘의 말을 결코 어기지 마십시요
執手分道去(집수분도거) : 손을 잡아보고는 길을 갈라 떠났다
各各還家門(각각환가문) : 각자 자기집으로 돌아와
生人作死別(생인작사별) : 산 사람이 죽음의 이별을 하였다
恨恨那可論(한한나가론) : 한스럽고 한스러움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리오
念與世間辭(념여세간사) : 세간의 말로 생각해보니
千萬不復全(천만불부전) : 천만 마디 말로도 결코 완전하지 못하였다
府吏還家去(부리환가거) : 부리가 집에 돌아 가
上堂拜阿母(상당배아모) : 방에 들어 어머니께 절하고서 말하기를
今日大風寒(금일대풍한) : 오늘 크게 바람 불고 날씨 차가워져
寒風摧樹木(한풍최수목) : 찬 바람이 나무를 꺾고
嚴霜結庭蘭(엄상결정란) : 서리가 뜨락 난초도 꽁공 얼리었습니다
兒今日冥冥(아금일명명) : 이 자식 오늘 눈감아 캄캄한 세상 가면
令母在後單(령모재후단) : 어머님은 제 뒤에 홀로 남게 되십니다
故作不良計(고작불량계) : 공연히 나쁜 생각 하지마시고
勿復怨鬼神(물부원귀신) : 다시는 귀신된 나를 원망하지 마소서
命如南山石(명여남산석) : 내 목숨은 남산의 돌 같이
四體康且直(사체강차직) : 내 몸은 편안하고 곧게 있겠습니다
阿母得聞之(아모득문지) : 어머니가 이 말을 듣고
零淚應聲落(령루응성락) : 눈물을 떨구며 소리쳐 말하기를
汝是大家子(여시대가자) : 너는 곧 대가집 자식
仕宦於臺閣(사환어대각) : 대각에 벼슬할 몸이니라
慎勿為婦死(신물위부사) : 조심하여 계집 때문에 죽지말아라
貴賤情何薄(귀천정하박) : 귀천에 정이 어찌 이렇게 박한가
東家有賢女(동가유현녀) : 동쪽 집안에 어진 딸 하나 있어
窈窕艷城郭(요조염성곽) : 정숙하고 아름다워 성 안팎에서 뛰어나니
阿母為汝求(아모위여구) : 어미가 너를 위해 구하고 있으니
便復在旦夕(편부재단석) : 이제 곧 아침 저녁 사이에 이루어질 것이니라
府吏再拜還(부리재배환) : 부리가 다시 절하고 돌아가
長歎空房中(장탄공방중) : 빈 방에서 길게 탄식하였다
作計乃爾立(작계내이립) :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다가 벌떡 일어나
轉頭向戶裡(전두향호리) : 머리를 돌려 방문 안을 바라본다
漸見愁煎迫(점견수전박) : 수심스런 마음 점점 가슴을 다려온다
其日牛馬嘶(기일우마시) : 그날 소와 말이 울고
新婦入青廬(신부입청려) : 색시가 신방에 들었었다
菴菴黃昏後(암암황혼후) : 점점 날이 저물어진 후
寂寂人定初(적적인정초) : 쓸쓸해져 사람들 조용해진다
我命絕今日(아명절금일) : 색새가 말하기를, 내 목숨이 오늘 끊어지면
魂去尸長留(혼거시장류) : 혼은 떠나고 시신만 오래 남아있으리라
攬裙脫絲履(람군탈사리) : 치마 잡고 비단 신 벗어
舉身赴清池(거신부청지) : 온 몸으로 맑은 못으로 달려가 죽었다
府吏聞此事(부리문차사) : 부리가 이 일을 듣고
心知長別離(심지장별리) : 그들의 긴 이별을 마음 속으로 알았다
徘徊庭樹下(배회정수하) : 뜰 나무 아래를 배회하다가
自掛東南枝(자괘동남지) : 스스로 동남 쪽 나무 가지에 목을 걸었다
兩家求合葬(량가구합장) : 양가가 서로 합장하기로 하고
合葬華山傍(합장화산방) : 화산 옆에 합장하였다
東西值松柏(동서치송백) : 동서에 송백을 심고
左右種梧桐(좌우종오동) : 좌우로 오동을 심었다
枝枝相覆蓋(지지상복개) : 가기들이 서로 덮이고
葉葉相交通(엽엽상교통) : 잎들이 서로 맞닿았다
中有雙飛鳥(중유쌍비조) : 그 나무들 속에 한 쌍의 새가 날아드니
自名為鴛鴦(자명위원앙) : 스스로 이름을 원앙이라 하였다
仰頭相向鳴(앙두상향명) : 고개 들어 서로 울기를
夜夜達五更(야야달오경) : 밤마다 새벽몈까지 울어댔다
行人駐足聽(행인주족청) : 행인 발을 멈추고 듣고
寡婦起傍徨(과부기방황) : 과부가 일어나 주위를 서성대었다
多謝後世人(다사후세인) : 후세사람이여 많이 감사하시어
戒之慎勿忘(계지신물망) : 이를 경계삼고 잊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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