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산. 조금 규모가 있거나 이름 있는 큰 산은 몇 개의 시˙군에 걸쳐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조계산은 골이 깊고 넓은 산임에도 오롯이 순천시의 경계 안에만 분포한다. 높이도 남도의 산 치고는 제법 높은 884미터. 산이 깊고 넓어서 그런지 조계산에는 이름난 사찰이 두 개 있다. 송광사와 선암사. 조계산 정상을 사이에 두고 동쪽엔 선암사 서쪽엔 송광사가 위치한다. 송광사야 우리나라 삼보사찰 가운데 승보사찰로 유명하니 웬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사찰일 테지만 선암사 역시 그 못지 않게 유명한 절이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사찰 순례나 기행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송광사보다 선암사를 훨씬 더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송광사보다 선암사를 더 선호한다. ▲ 선암사 입구부터 절 뒤편 야산에 걸쳐 자라는 야생 차나무 승주 나들목을 나와 조계산 방향으로 달리면 채 5분도 걸리지 않아 선암사 주차장에 닿는다. 주차장에서 선암사로 가는 한적하고 넓은 길. 이 길이 선암사의 첫 번째 매력이다. 주차장에서 절 입구까지 2Km 정도 뻗어 있는 이 길은 내가 가 본 어느 절보다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길이다. 길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 사각거리는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 상사화 붉게 피어나는 꽃무릇 군락, 이곳저곳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야생 차나무.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걷다 보면 금새 부도밭을 지나 승선교에 다다른다. ▲ 선암사 부도밭 ▲ 선암사 승선교 승선교는 화강암을 다듬어 반원형의 홍예(무지개) 형태로 쌓은 다리인데 그 형태가 아름답고 결구 솜씨가 빼어나다고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매번 보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승선교 바로 앞에는 승선루라는 누각이 하나 있는데 지금은 누각의 역할보다는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승선루를 지나면 지금까지의 평탄한 길이 아니라 약간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야 축대를 쌓아 만든 일주문을 볼 수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아담한 절집들이 어지러운 듯하면서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축대가 이어지면서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가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것. 두 번째 경사면을 오르면 한 가운데에 대웅전이 다른 건물들을 옆에 끼고 자리하고 있다. 주변을 압도하는 위엄 서린 모습이 아니라 누구의 손이나 잡아줄 것 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모습으로. 선암사의 두 번째 매력은 바로 이 편안함이다. 가람 배치나 절의 조경이나 심지어 절 건너편으로 보이는 산세조차도 물 흐르듯 완만하게 이어져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대웅전을 지나 다시 하나의 경사면을 오르면 넓은 터가 나온다. 특이하게도 대웅전 앞이 아니라 뒤편에 넓은 터와 가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선암사가 태고종의 총본산이라 그런지 규모에 비해 수행자들이 머무르는 공간이 비교적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따로 태고종 계열의 승가대학 같은 게 없으니 선암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게 아닌가 싶다. ▲ 선암사 선암매 선암사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어느 동선으로 움직이거나 서로 마주치게 만드는 광장 같은 경사면을 지나 다시 한 계단을 오르면 선암사의 세 번째 매력을 마주할 수 있다. 야생차밭 가는 길까지 이어진 매화나무들. 수령이 600년이 넘었다는 '선암매'를 비롯해 홍매, 청매나무들이 담벼락을 따라 아담하게 늘어서 있다. 아직까지는 꽃망울을 잔뜩 웅크리고 있지만 앞으로 열흘 정도 지나면 활짝 피어날 거 같다. 특별히 정한 여행지가 없다면 한 번 쯤은 매화꽃이 만발한 선암사를 방문해 보시기 바란다. 광양 매화마을 같은 이름난 관광지의 화려함이이나 소란스러움이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소박한 매화꽃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이건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으로 이해하는 것이기에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은 인정해야 하리라. 주차장에서 선암사 경내를 돌아보고 나오는 두 시간. 비록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적어도 나에게 선암사는 매번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만든다.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관악산-삼성산(사당능선-석수능선) 종주 (0) | 2015.03.13 |
---|---|
[스크랩] 전남 화순 적벽투어&옹성산(해발572.9m) 쌍두봉(3월29일) (0) | 2015.03.13 |
[스크랩] 강천산(왕자봉 584m,순창)-금성산성(산성산 연대봉603m)-강천사 (0) | 2015.03.09 |
[스크랩] [테마여행] 만추(晩秋)의 화순적벽(和順赤壁)을 찾아!! (0) | 2015.03.09 |
[스크랩] 하늘이 내린 재상, 서애 유성룡의 옥연정사(玉淵精舍) (0) | 2015.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