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정 문학

[스크랩] 제8차 중국 문화답사 다섯째날: 남창 등왕각

餘香堂 2015. 4. 8. 13:51

 

이곳에서 맞는 마지막 날 아침. 그간 아껴두었던 햇살이 비로소 객실로 따뜻하게 쏟아져 들어왔다. 좋은 예감이 드는 아침이다.

 

호텔의 로비에 있는 연꽃 장식 조형물. 이곳 강서성은 연꽃의 고장인 듯 곳곳에 연꽃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많이 보였는데 이 호텔도 예외는 아니었다.

 

구강남 톨게이트. 사흘간 머문 구강을 벗어나고 있다.

 

등왕각을 알리는 입간판. 남창으로 들어서니 등왕각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유적지 표시는 고동색 바탕에 흰 글씨. 우리나라와 같다.

 

점점 가까워지는듯 계속해서 표지판이 나타나고 있다.

 

드디어 남창북 톨게이트로...

 

등왕각 터널. 등왕각이 남창을 대표하는 유적지임을 말해주고 있다.

 

드디어보이는 등왕각은 누런 기와 일색인 다른 누각들과는 달리 지붕색이 파랗다. 옛날 같으면 홀로 우뚝하니 고고한 자태를 자랑하였을 법한데 지금은 주위의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그저 고건축물이라는 차별성 때문에 두드러져 보일 뿐이다.

 

먼저 점심을 먹을 호텔에 차를 대놓았다. 호텔서 본 등왕각.

 

등왕각으로 다가서는 중

 

계극요림(棨戟遙臨)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는 입구의 석패방. 등왕각서에서 도독 염백서(閻伯嶼)의 위엄있는 행차를 묘사한 말에서 따왔다. 등왕각은 3대 누각의 하나이고, 왕발의 등왕각서는 중국 4대 문장의 하나이다. 이 둘의 공통분모를 이루는 것은 이곳밖에 없다. 등왕각에는 온통 왕발의 등왕각서의 말을 가지고 현판, 주련을 줄줄이 달아놓았다.

 

이 말은 난주박물관에 있는 마답비연상(馬踏飛燕像: 나는 제비를 밟고 달리는 말)인데 어울리지 않는 부자연스런 조화이다.

 

등왕각 현판이 씩씩한 필체로 걸려 있다. 이곳에도 고증을 잘못하였는지 어울리지 않게 잡상을 얹어놓은 것이 보인다.

 

요절한 천재 문인 왕발이야 말로 이곳 등왕각의 주인공이다. 그것도 단독 주연. 왕발이 유일하게 살아 있는 곳이 이곳이다. 소식이나 두보, 백거이 등이 곳곳에 자취를 남긴만큼 그 빛이 조금은 바래기 마련인데 왕발은 한 곳에서 찬란한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등왕각 오르는 계단 바로 밑에서 본 모습

 

일행이 등왕각을 오르고 있다. 맨 아랫쪽의 현판 글씨는 괴위절특(偉絶特)이다. 각종 좋은 칭찬의 말이 이 네 글자에 다 들어 있다.

 

등왕각 바로 아래의 현판은 동인구월인데 등왕각서에 나오는 말로 등왕각의 지리적 특성을 말해주고 있다.

 

1층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석각부조물에는 時來風送王閣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명심보감에도 나오는 이 말은 때가 되면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말로 쓰인다. 왕발이 하룻밤에 700리 길을 배를 타고 가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곳은 5층이다. 왕발이 짓고 소식이 쓴 등왕각서를 동판에다 새겨 놓았다. 익히 알려진 왕발의 전신 초상화를 청동으로 조각해 놓았다. 이곳은 우리는 물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느라 잠시도 조용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사진을 찍은 것도 어찌보면 행운이었다.

 

제일 끝 시가 있는 부분. 낙관에는 동파와 미산지인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동파가 비석에 쓴 등왕각서를 탁본하여 팔고 있는데 가격은 100원이었다. 바로 옆에는 120원에 팔고... 멋 있었지만 사놓아도 걸어둘 곳이 없어 못 샀다. 많이 사도 할인도 안 해주고... 그러나 초서반 수업을 듣는 사람 몇몇은 수업시간에 볼 족적으로 샀다. 이영환 선생이 내게 첩으로 된 것을 하나 사주었다. 나는 이곳에서 『등왕각여유소총서(王閣旅游小叢書)』라는 5권 짜리 세트를 하나 샀다. 낱권은 각 18위안하는데, 「비각묵적(碑刻墨)과 「편액영련(額楹聯)」, 「시사백수(詩詞百首), 「도설고금등왕각(圖說古今王閣)」, 그리고 「명인일사(名人事)」 등으로 구성된 작지만 등왕각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등왕각서」가 지어진 에피소드를 얘기해줬는데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나중에 회지에 그 부분을 번역하여 소개하도록 해야겠다.

 

이곳에서도 타일 그림을 볼 수가 있었는데 황학루의 것이 더 멋있어 보였다. 이 그림으로만 보면 이곳의 지붕도 역시 누런 유리기와임을 알 수 있다.

 

"滕王高閣臨江渚"로 시작되는 왕발의 「등왕각」 시가 생각이 나는 모습. 지금 왕발이 이곳에 섰더라면 아마 "滕王高閣望大廈"라고 읊었을 것 같다.

 

등왕각의 부속 건물. 녹색 연못물은 어디가도 똑 같은 듯.

 

마천루와 등왕각 추녀의 기이한 조화

 

등왕각 꼭대기 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광장쪽 모습. 도교에서나 볼 수 있는 태극 팔괘의 문양이 이채롭다. 양쪽 비랑으로는 인장 등 각종 각이 있지만 나는 가보지 못했다.

 

등왕각을 그린 그림. 이런 모습은 상상은 가지만 지금은 이미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기둥 사이로 보이는 부속 건물. 사실 복원한 건물이라 문화재적 가치는 없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것은 이곳 뿐 아니라 황학루나 악양루 등도 마찬가지이다.

 

정면의 광장에서 바라본 모습. 돌에 새겨놓은 등왕각서는 한유가 지은 것이다.

 

점심을 먹은 호텔

 

자연스레 남자들끼리 식탁을 차지하게 되었다. 간베이(干杯)를 하는 남자 회원들. 준석이는 술도 곧잘 마시고 남자지만 나이에서 밀렸다.

 

출처 : 동양고전연구회
글쓴이 : 沙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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