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서 > 홍재전서 > 홍재전서 제1권 > 춘저록(春邸錄) 1 ○ 시(詩) > 상림 십경(上林十景)
유구는 날개 퍼덕이고 반구는 울어 대니 / 乳鳩拂翅斑鳩鳴
물 가득한 공전에 비로소 경작을 매기누나 / 水滿公田始課耕
본래부터 제왕들이 농사를 부지런히 힘써 / 自是帝王勤稼穡
보기당 아래서 가을 풍년을 고하였었네 / 寶歧堂下告秋成
아지랑이 흰 나비는 화창한 봄을 희롱하는데 / 游絲粉蝶弄春晴
푸른 나무 짙은 그늘에선 꾀꼬리가 종일 우누나 / 碧樹陰濃盡日鶯
철 따라 절로 우는 새도 조화의 일부분이라 / 時鳥自鳴猶造化
인천 위육이 바로 성인의 마음이라오 / 仁天位育聖人情
봄 방죽의 계칙새는 너무도 사랑스러워라 / 春塘鸂䳵太生憐
풀은 꽃다운 자리 같고 버들은 연기 같은데 / 草似芳茵柳似烟
행자들 궁삼 차림 어지러이 길을 끼어라 / 杏子宮衫繽挾路
늦은 봄 하늘에 선향이 한바탕 내리도다 / 仙香一陣豔陽天
물 다습고 고기 숨은 물가의 햇살 한가로운데 / 水暖魚潛渚日悠
붉은 닻줄 거두지 않고 연 캐는 배를 놓았네 / 不收紅纜放蓮舟
미가의 서화를 산처럼 싣고 다닌다면 / 米家書畫如山載
넉넉히 춘풍 아래 한만하게 노닐 수 있으리 / 贏得春風汗漫遊
옥같이 맑게 튀어 흐르는 물 굽이굽이 길기도 한데 / 漱玉淸流曲曲長
난간 곁의 산 빛은 초가을 서늘함을 보내오네 / 近欄山色納新凉
호량엔 절로 물고기 구경하는 낙이 있으니 / 濠梁自有觀魚樂
난정에서 술잔 돌리는 풍류 정도뿐이랴 / 可但蘭亭遞羽觴
아로새겨 꾸밀 것 없이 천성을 온전히 하여 / 不須雕飾乃全天
좋은 빗속에 수시로 향기를 풍겨 오누나 / 時透香來好雨邊
천고에 염옹만이 사랑할 줄을 알았으니 / 千古濂翁惟解愛
화사에 엮어 넣어서 오래도록 전하고 싶네 / 欲編花史壽其傳
야기를 기를 마음이야 맑음을 무엇에 비교하랴 / 心將夜氣較誰淸
동녘 숲에서 갠 달이 나옴을 문득 깨닫겠네 / 却會東林霽月生
깊이 가려진 방구석도 모두 대낮 같아서 / 堂奧蔽幽皆似晝
온 천하가 정히 밝음을 같이하리라 / 一天之下定同明
과녁판이 울릴 때면 화살이 정곡을 맞히는데 / 畫鵠鳴時箭中心
운하의 장막이 선경 숲을 에워쌌네 / 雲霞步障擁仙林
삼청동의 물색은 원래부터 이러하기에 / 三淸物色元如許
즐겨 제군과 함께 취하기를 금치 않노라 / 樂與諸君醉不禁
상서로운 날 춘당대에 법가가 임어하시니 / 瑞日春臺法駕臨
임금님 의장 아래 수많은 유생들 모이었네 / 仙人仗下簇靑衿
누가 알리오 고시원 제공의 붓이 / 誰知試院諸公筆
오르내림에 사가 없이 한마음으로 할 줄을 / 升降無私一乃心
해가 쌓이고 쌓여 저물어 가는 하늘에 / 歲色崢嶸欲暮天
소소히 내리는 가벼운 눈이 가련도 하여라 / 騷騷輕雪也堪憐
잠깐 사이에 산하를 두루 뿌리고 가니 / 須臾遍灑山河去
옥 같은 나무와 꽃이 앞뒤에 그득하구나 / 瓊樹琪花擁後前
[주D-002]미가(米家)의 …… 다닌다면 : 송(宋) 나라 때 미불(米芾)이 항상 배에 서화(書畫)를 가득 싣고 강호(江湖)를 유람하였으므로, 후세에 미불의 서화를 가리켜 미가선(米家船)이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황정견(黃庭堅)이 미불에게 준 시에는 “창강에 밤새도록 무지개가 달을 꿰었으니, 이것은 정히 미가의 서화 실은 배 때문일세.[滄江盡夜虹貫月 定是米家書畫船]”라고 하였다.
[주D-003]호량(濠梁)엔 …… 있으니 : 호량은 호수(濠水)의 다리를 가리키는데, 장자(莊子)가 친구인 혜자(惠子)와 호량 위에서 함께 노닐 적에 장자가 말하기를, “피라미가 나와서 조용히 놀고 있으니, 이는 저 물고기의 낙(樂)이네.” 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낙을 안단 말인가.” 하니, 장자가 다시 말하기를,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낙을 모른다는 것을 안단 말인가?”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莊子 秋水》
[주D-004]난정(蘭亭)에서 …… 풍류 : 진(晉) 나라 때 왕희지(王羲之), 사안(謝安) 등 수십 인의 명사(名士)들이 3월 상사일(上巳日)에 회계(會稽) 산음(山陰)의 난정에 모여 수계(修禊)를 하면서 유상곡수(流觴曲水)의 놀이를 하며 시를 읊고 술을 마시며 풍류를 즐겼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5]염옹(濂翁)만이 …… 알았으니 : 염옹은 송(宋) 나라 때의 도학자(道學者)로서 호가 염계(濂溪)인 주돈이(周敦頤)를 가리킨다. 염계는 연(蓮)이 진흙에서 나왔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깨끗하고 향기 또한 뛰어남을 사랑하여 애련설(愛蓮說)을 지어서 꽃 가운데 군자(君子)라고까지 예찬하였으므로 이른 말이다.
정조가 조선 한성에 있는 상림(원)의 풍광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그 설명에는 송나라,진나라, 이야기가 나오고, 한반도와는 관련성이 없다. 상림도 한반도에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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